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월 Oct 28. 2021

다음과 브런치 메인 노출이 나에게 준 것.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쓴지는 1년이 되어간다. 워낙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작가'라는 타이틀로 올해 중 책을 한 권 내는 것이 목표이기도 했다.


 작년 입사 1주년 기념 사직서가 처음 다음 메인에 노출했을 때, 조회수가 올라가는 알람이 왔다. 1,000명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올라가던 알람은 10,000명을 넘어섰다. 그때의 흥분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었다.


 나는 본명이 아닌 필명을 이용하고 있다. 책이 나오기 전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내 글을 공개하지 말자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너무나도 우울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고, 내가 내 글을 읽으면서 더 우울해지는 경험도 있었기에 뭔가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 작성한 글들이 연달아서 다음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되면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숨기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거짓말도 잘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미리 사두면 꼭 미리 줘버리고 마는 급한 성격이다. 원래의 나에 비하면 오랫동안 내 글을 숨겨왔다. 브런치 북 출판 응모를 하기 위해 브런치 북을 만들고 드디어 주변에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 하나, 둘에게 공개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평이 확 와닿았다. 그렇구나. 나 굉장히 감정적으로 내 기분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는데, 글 속에 보이는 나는 생각보다 담담하구나. 그렇기 때문에 내가 글을 적어 내려감으로 인해 기분이 나아짐을 느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메인에 노출되는 글은 주로 회사와 관련된 글이었다. 다음의 '직장 IN' 부분에 주로 보였는데, 사실 다음보다 네이버를 메인으로 쓰는 나로서는 조회수 알람이 울리기 전 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음 어플을 다운로드하고 새로고침을 눌러가며 메인에 노출된 썸네일과 제목을 찾고 캡처를 했다.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덧글을 보거나 다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브런치의 경우 예쁘고 소중한 덧글을 달아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 페이스북이나 신문의 뉴스 같은 덧글을 보면 키보드 뒤에 숨어서 비판이 아닌 상처를 주는 비난들을 던지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다. 일명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는 그 사람들은 그냥 타인에게 상처를 줌으로 인해 본인이 기쁨을 얻어가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포털 사이트의 뉴스 기사에서 스포츠나 연예면의 덧글 창이 사라지고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진 것에 대해 나는 꽤나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면서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 우울한 글을 읽고 비난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내 우울함이 누군가에게 옮겨가서 그 사람 역시 우울해지면 어쩌나 같은 걱정들은 또 내 마음을 좀먹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너무나도 좋지만, 그에 맞는 글을 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실 브런치 북을 출간하면서 내가 썼던 글들을 다시 살피고, 추가로 글을 작성하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 최근  우울증이 심해진 계기가 아이러니하게도 '브런치  출판 응모'라는 사실이 스스로도 웃겼다. 우울 괴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성한 글이 나에게 다시 우울이라는 한 방울의 잉크물에 져 더럽히듯  몸으로 퍼져나갔다.


 사실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상상 속의 독자는 내 주변 사람들이다. 겉으로 매일 웃고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나의 내면 속에 이렇게 많고 복잡한 생각들을 하고 있음을, 그래서 내가 우울에 사로잡혀도 가끔은 그냥 바라봐주기도 하고, 우울 괴물에게 칭칭 감겼을 때는 나를 꺼내 주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그들이 읽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하나둘씩, 내 주변 지인들이 내 글을 읽고 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연락을 준다. 그들의 연락이 내 우울을 털어내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음과 브런치를 통해 내 글을 접한 독자분들의 응원 덧글이나 혹은 내 글로 인해 위안을 받았다는 소중한 덧글들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행복함을 느낀다.


 내 글이 또 노출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하나,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냥 내가 원하는 글을, 내 마음속에 있는 글을, 애초에 내가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를 오롯이 담아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내 마음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 않아지고, 어떤 직업이나 성별, 나이대를 막론하고 다들 비슷한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노출이 되는 글들도, 사람들이 많이 읽거나 쓰는 글들도 비슷한 주제가 반복이 된다. 서점에 쌓여있는 에세이들도 다들 위로하고 공감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을 갖고 있다. 그 고민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엇비슷한 고민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그 고민의 크기만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두는 고민이나 해결 방식도 각자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인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어느샌가 내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글을 읽는 이유고 글을 쓰는 이유다.


 부족한 글이지만 오늘도 메인에 노출이 되어 클릭을 하고 읽어주시는 랜선 독자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가 되셨기를, 내일도 제 브런치에서 쉼을 얻어가실 수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엄마랑 멀리 떨어져서 살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