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휴직을 낸 뒤 내 삶의 변화
학교라는 직장에 들어온 지 10년, 육아 휴직이 아닌 난임 휴직을 냈다.
내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 일한 지 10년이 채 되기 전에 육아 휴직을 냈다. 육아 휴직 후 복직하면 오히려 학교 생활이 즐거울 때가 많다고 했다. 육아 해방의 기쁨이랄까. 나는 아직 그런 기분이 뭔지 잘 모른다. 그저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도 육아 휴직을 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난임 휴직을 냈다.
처음엔 그저 좋았다. 10년만에 얻은 자유시간이 좋았고, 학교에서 일하면서 생긴 소소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기뻤다. 깨어있을 땐 분명 그랬는데, 꿈에선 늘 학교 꿈을 꾸곤 했다. 사실 난임 휴직을 내기 전까지 2년 동안 담임을 맡으며 예뻐한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3학년 담임도 내가 맡을 거라고 당연히 여겼다. 그런 아이들에게 차마 아이를 갖기 위해 휴직을 낸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휴직을 낸 후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내 꿈에 수시로 방문했다. 문자로 나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선생님, 어디 가셨어요...?' 뭐라 해야할 지 몰라 그냥 일이 있어 올해는 학교 근무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답했다.
3월, 학교가 제일 바쁘게 움직이는 달. 그때 나는 병원을 가는 날을 제외하곤, 여유로운 평일을 즐겼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정신없이 돌아간 걸 그 안에서 온몸으로 느꼈기에 휴직에서 오는 여유를 더 감사히 즐길 수 있었다. '전면 등교', '교내 확진자 발생'과 같은 사안에도 덤덤하게 반응했다. 내 발등에 '임신'이라는 더 급한 불똥이 떨어져있어서 그랬을까.
사실 처음 휴직을 낼 때 6개월을 냈다. 6개월이면 충분히 임신이 될 것 같았고, 그러면 학교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다.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면 가질 수록 임신은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휴직을 연장할 땐 내가 다시 학교에 돌아가면 이 아이들은 졸업해서 학교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졸업할 때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마음이 좀 씁쓸했다. 근무할 땐 아이들의 미운 면이 보일 때도 있었다. 일에 지쳐서 좀 쉬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쉬다보니 또 그때가 그리워지는 건 뭘까.
병원에 다니면서 새삼 아이들의 가치를 느끼기도 했다. 선물처럼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게 됐든, 나처럼 노력해서 아이가 생겼든 엄마에게 있어 아이는 정말 소중한 존재일거라는 생각. 그래서 내가 가르친 혹은 가르칠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에 대한 깨달음. 학교에 돌아가서 아이들이 한없이 미워질 때 잊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들을.
엄마가 되는 과정은 엉뚱하게도 학교를 떠나 있는 나에게 교사로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