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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Dec 07. 2021

Episode13. 우리에게 이 시간의 의미는 뭘까

난임 생활 중 우리 부부의 변화

 29, 27살에 만난 우리. 지금 와서 보면 그때의 우린 반짝반짝 빛났고, 같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3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연애기간 동안 앞으로 우리가 결혼하면 어떨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우습게도 그때 이미 가족계획도 이야기했었는데, 외동인 나는 한 명이 좋을 것 같다고 하고, 오빠는 삼 남매로 커서 그런지 세 명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와서 보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게 다 무슨 소용인가. 다 하늘의 뜻인 것을..


 이렇게 보면 우리가 결혼가 동시에 아이를 기다리며 지냈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었다. 연애 기간은 길었지만, 결혼하니 또 관계가 변했다. 30살에 결혼했으니 거의 30년 넘게 따로 생활했던 우리가 함께 살면서 조율해야 할 것들이 은근히 많았다. 자는 것, 먹는 것, 씻는 것, 그리고 집안일...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연애 때는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다 싸우기도 양보하기도 하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났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둘이 살기가 참 좋고, 편해졌다.(물론 안 고쳐지는 부분은 끝까지 남았다!)


 같이 주말 늦은 시간에 일어나 아점을 먹고, 화장하지 않은 채로 동네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헬스장에 동시 등록해서 다니기도 하고 가끔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차와 함께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기도 했다. 여행도 시간이 나는 틈틈이 다녔다. 둘이 있으니 어디든 편하게 떠날 수 있었다. 당분간 이렇게 신혼을 즐기는 게 좋겠다 여겨 둘이서 재밌게 보냈다. 남편도 나도 20대일 때 학업, 취업, 직장생활로 빡빡하게 지내온 터라 둘이서 이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감사했다. 그렇게 아무 걱정 없이 1년 반을 보냈다. 이제 조금은 아이를 가져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생겼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건 아니니 이제 노력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았다. 배란테스트기 사용, 초음파로 배란일 잡기, 엽산 복용 등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긴 건 아니었지만 육아책도 읽어보았다. 언제 아이가 생기면 좋겠고, '딸'이었으면 좋겠다 여겼다. 남편은 나보다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 내가 멀리 달려갈 때마다 마음을 편하게 먹자며 붙잡아 주었다.


 이런 노력들이 몇 개월이 지나도 성과가 나지 않고, 맞벌이 부부로 일상을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또 '아기를 갖는 일'이 후순위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하루가 끝날 때쯤 바쁜 일과에 지쳐 둘이 침대에 널브러져 있을 땐(누워있다보다 이 표현이 딱인 것 같다) 딩크족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생각만.... 남편은 나보다 아이를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키우는 것이 싶지 않겠지만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울지 기대를 늘 하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래도 노력해서 한 명은 낳는 게 어떻겠냐고 나를 설득했다. 직장을 다니느라 몸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 더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진 거라면 휴직을 내고 난임 병원에 다녀보는 건 어떨지 물었다.


 사실 나도 난임 휴직에 대해 1년 전부터 고려해왔고 남편에게도 지나가듯 그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었기에 남편이 다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쩌면 남편 말대로 나는 일에 지쳐서 아이 생각을 제쳐두고 있는 건 아닐까,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게 작년 11월이었다.


 한 달 후 12월, 난임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난 뒤 '원인불명의 난임' 판정을 받았다. 작년 말 남편과 나는 새해를 맞이하기 전 누구보다도 결연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


 주사를 놓아주고 나서 늘 '수고했다' 말해주는 남편.

 내 마음이 조급해질 때마다 급하지 않다며 '안아주는' 남편.

 병원에 다녀와서 우는 나를 가장 먼저 '위로해주는' 남편.

 

 결혼을 했기에 겪고 있는 힘겨운 난임 생활이지만, 이로 인해 우리 부부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남편이 하루는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라며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을 틀어주었는데, 그게 마치 지금의 우리 상황 같았다.

 한 걸음 이제 한 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 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이 길의 끝에 우리가 아이와 만날 수 있길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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