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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Dec 14. 2021

Episode15. 매일 내 몸을 관리한다는 것

꾸준히 운동하기

'운동'은 나에게 숙제 같은 존재이다. 꼭 해야 하지만 가끔은 미루고 싶은. 


 나는 신체적 조건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어디 가서 운동선수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었다. 물론 그들은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께서는 멀리뛰기 수행평가에 임하는 나에게 '너의 키 정도면 그냥 넘어져도 그보다는 멀리 뛰겠다'는 평가를 내리셨다. 성적표를 받을 때 가장 지우고 싶은 부분은 체육 점수였다. 중학교 시절 내내 체육을 포기하고 살았지만, 3학년 2학기 마지막으로 잘해보고 싶었다. '철봉 매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가 2학기 수행평가 종목이니 여름방학 때 연습을 해오라는 체육선생님의 말이 귀에 쏙 박혔다. 그땐 뭔가 오기가 생겨 여름방학 내내 철봉에 매달리고, 안 일으켜지는 몸을 일으키기를 수백 번했다. 결국 나는 A 점수에 해당하는 개수를 채우고, 우리 반 여학생들 중 1등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체육 시간에 1등을 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다.


 이후 나는 공부만 한 고등학교 시절과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 요가학원을 다녔다 말았다 하는 바쁜 대학시절을 거쳐 이것저것 조금씩 운동하는 직장인이 되었다. 스윙댄스, 핫요가, 헬스, 필라테스, 플라잉 요가, 스피닝도.. 무슨 양념도 아니고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봤다. 20대일 땐 그렇게 조금씩만 해도 몸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 같았고, 운동이 그리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하다 말다의 반복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운동'을 즐기던 때가 있었다. 큰 마음먹고 PT를 등록했을 때부터였다. 워낙 몸을 쓰는 것 자체에 자신감이 없었던 터라 나에게 운동을 하는 것은 늘 부담이었다. PT도 억지로 근육을 무리해서 쓰다가 다칠까 싶어 등록하기를 망설였었는데, 남편이 함께 하자해서 둘이서 같은 선생님께 배우게 되었다. 


 처음엔 남자 선생님 앞에서 삐걱거리는 내 몸놀림을 보이자니 참 부끄러웠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내가 운동에 자신감이 없다는 걸 파악했는지 조금만 뭘 해도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게 아닌가.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운동하고 몸은 쑤셨지만, 이런 내 몸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 스쿼트 100개는 가볍게 해내고, 덤벨을 들고도 웃으며 런지를 했다. 이렇게 일 년을 보내고 나니 나는 어느새 운동 중독에 빠져있었다. 


 그게 2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2년 동안 내 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작은 갑자기 무섭게 번진 전염병이 원인이었다. 운동센터를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홈트레이닝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꾸준히 하는 게 참 쉽지 않았다. 거기다 난임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수시로 몸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난포를 키울 땐 배에 무리가 되면 조기에 배란될 수 있다 해서, 이식을 하고 나선 혹시나 착상이 잘 되지 않을까 봐. 변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운동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잘하지 못했다. 거기다 호르몬 주사를 계속 맞다 보니 살도 쪘다. 


 운동을 하지 못하니 매일 보는 내 몸이 달라지는 게 슬펐다. 호르몬제를 맞으니 몸이 점점 늘어지고 건강에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잡생각도 많아졌다. 머릿속은 꽉 차있는데, 풀지를 못하니 마음속에 뭔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2년 전 운동과는 좀 다르다. 사실 그때처럼 매일매일 2시간씩 근력운동과 유산소를 병행하기엔 여유가 없다. 그래도 그때 내가 운동을 사랑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매일매일의 움직임을 쌓아 올리고 있다. 하루 스쿼트 개수를 늘리고, 필라테스 센터를 등록해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병행하고, 수시로 걸어 다닌다. 한 동작을 할 때마다 내 몸이 건강해진다 주문을 건다. 아기를 맞이하는 데도 운동은 필수적이라는 책의 내용을 보고 나선 더욱 열심히다. 


 운동을 시작한 뒤 더 이상 슬프지 않다. 나에게 성적을 매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나 스스로 확인한다. 난임 생활에 운동 시간은 꼭 넣어야 할 일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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