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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Feb 04. 2022

Episode25.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내가 좀 더 임신을 빨리 준비했다면’이라는 가정법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가 좀 더 임신 시도를 빨리 했더라면 병원을 좀 더 일찍 갔더라면 뭔가 좀 달라졌을까. 조금 더 일찍 아기가 찾아왔을까 그런 생각.   

  

 임신이라는 게 의학적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착상 확률이 높다고 한다. 물론 이건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딱 30살에 결혼해서 일 년 정도 신혼을 즐긴 뒤 임신을 생각하고 33살에 난임 병원에 다니게 되었다. 결혼 초반부터 ‘아이는 그냥 자연스럽게 찾아올 때 맞이하는 게 가장 좋으니 피임을 하지 마라’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미루다 보면 원할 때 안 생길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물론 그때는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서 그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결혼한 지 1년이 넘어가니 주변에서 슬슬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조금만 몸살 기운이 있다고 해도 혹시 임신한 것일 수도 있으니 감기약을 함부로 먹지 말라 했다. 애정이 담긴 마음으로 해주시는 말인데 가끔은 불편했다. 결혼하면서부터 시작된 다음 단계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현실이 될지 나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뭔가 다음 단계를 위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야겠다고 느낀 건 오히려 주변의 말이 조금 잠잠해진 뒤였다. 청개구리 심보인가.     


 난임 병원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선 내 나이에 대해 임신이 그리 어려운 연령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래서일까. 나는 병원을 긴 시간 다니지 않아도 임신이 될 줄 알았다. 늦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1년을 다니다 보니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나’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난임 병원에 오기 전 망설이는 시간 동안, 인공수정을 여러 번 하는 동안 나의 신체적 기능이 떨어진 건 아닐까. 보통 한 번의 시술 주기를 거치는 데 적어도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되고, 난자 채취 후 동결로 이식을 했을 땐 두세 달이 걸렸으니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나간 것이다. 친한 친구들은 벌써 아이가 유치원 들어갈 나이가 다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 뱃속에도 없으니 뭔가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을 되돌려 우리의 결혼 초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딱 1년만 임신 시도해보고, 아니라면 난임 병원을 다닐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막상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또 이런 선택을 할 것 같다. 결혼을 해서 2년 반 동안 남편과 둘이 지낼 때,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온전히 둘이서 행복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가 함께 사소한 행복을 누리고, 여행을 다니고, 퇴근 후 나누었던 웃음들이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앞으로 우리가 갖지 못할 시간들이라 생각하니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기억이라도 없었으면 우린 난임 생활을 하면서 엄청 많이 싸웠을 거다. 가끔 서로를 원망하기도 했을 거고, 그러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을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적당한 때가 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직장을 잡는 일도, 운명의 상대를 만나 사랑을 키우고 결혼을 하는 일도, 아이를 만나는 일도 그렇다. 빠르고 늦은 건 없다. 나에겐 지금이 아이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 아이가 찾아온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충분히 사랑해줄 수 있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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