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으며 아기 심장 소리를 들을 날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진료실 앞에 앉아있는데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날따라 시술이 많아서 담당의를 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남편도 일에 집중이 되지 않는지 메시지를 여러 번 보내었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조심스럽게 진료실로 들어갔다. 이전에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한 기억 때문에, 너무 초조하고 겁이 났다. 옷을 갈아입고 진료 의자에 앉아 심장 소리가 들리기만을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얼마뒤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화면으로는 동그랗고 조그마한 뭔가가 있었고, 심장이 어디인지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소리는 분명했다. 이제 이 생명체는 진짜 내 몸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쿠슝쿠슝쿠슝...” 내 심장도 함께 쿵쿵 뛰고 있었다.
바로 남편과 부모님께 기쁜 소식을 전하고, 주사실에 들러 행복한 마음으로 주사를 맞았다. 아직 안정기에 접어들지는 않았지만 심장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동안의 힘듦이 보상된 느낌이었다. 이번 이식 때는 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잘 버텨준 것이 고마웠다. 벌써부터 남편과 나는 이 아이는 ‘강한 아이’가 될 거라며 설레발을 쳤다.
난임 병원에선 심장 소리를 듣고 난 후에도,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인지 그 뒤로 두세 번의 진료를 더 봐야 한다. 일반 임신부가 다니는 산부인과의 경우 임신 초기에 2주에 한 번씩 진료가 있지만, 난임 병원은 일주일 간격으로 9-10주까지 진료가 있고, 그 뒤로는 일반 산부인과로 전원하면 된다. 그 전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기에 ‘졸업’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게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 질정, 주사, 그리고 3주 간격으로 면역글로블린까지 맞으려면 병원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사실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 동네 병원에서라도 내 자궁 속을 확인해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난임 생활을 오래 겪으니 임신을 하고 나서도 이것저것 걱정이 많아진 탓이다.
심장 소리를 듣고 나서 바로 맘카페에 들어가 이 주수에 이 심장박동수가 정상 범위에 들어가지는지를 확인했다. 분명 의사 선생님이 안정적으로 잘 뛰고 있다고 말씀하셨음에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 다행히 심장박동수는 적절했고, 이제 앞으로 이 심장박동수가 점점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지를 한 주씩 확인해야 했다. 심장 소리를 확인하고 난 뒤에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내가 만약 첫 임신의 실패(?)를 겪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강박적으로 매달리지 않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 일은 이미 일어났고, 의식적으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만 하면 그 뒤론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다는 나의 섣부른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점점 느끼면서.
그래도 난임 병원을 임신 9주차에 졸업하면서 매일 맞던 주사가 사라졌다.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매일 고용량으로 맞은 터라 엉덩이가 딱딱해지면서 붉게 열감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타이유라는 무시무시한 주사였는데, 나중엔 뭉친 근육으로 인해 주사액이 잘 들어가지 않아 주사를 놔주시던 간호사님이 애를 많이 먹었다. 잘 문질러서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에 피부를 절개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해주셨다. 겁을 먹고 엉덩이를 열심히 문질러주기는 했지만 매일 맞는 터라 한계가 있었고, 이 주사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주사와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두 달간의 주사 여정 끝에 우리 아기를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