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가장 진실한 거울, 일기
블로그를 하면서 많이 듣는 칭찬 중 하나가 “갓생러이시네요!”, “꾸준한 모습 멋져요!”이다.
어떻게 항상 그렇게 여유롭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
감사일기는 많이 알고 있겠지. 그럼 '나의 못된 짓 일기'는?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나를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
아마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나만의 언어로 상황을 들여다보게 해주기 때문일 것 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많이 '감사 일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또한 감사일기의 형태를 항상 바탕으로해서 일기를 쓰고 있다. 하루 중 감사한 일, 배운 점을 바탕으로 하루를 돌아보는데 처음에는 어렵게 생각이 들어도 쓰다보면 진짜 별의 별게 다 감사하게 느껴지게 된다.
진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만큼 속상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일기고 뭐고 다 쓸모없다고 생각이 들 만큼 화가나는 일들도 있다.
실제로 나는 이러한 이유로 그간 수기로 일기를 쓰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나의 못된 짓 일기"를 써보면 어떨까?
못된 짓이라는게 생각보다 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못된 마음의 화살은 항상 나를 향해있었다.
못된짓 이라고 하면 주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 미워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누군가'가 내가 된다면 어떨까?
옛날에 고등학생 때 한 수학선생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00이는 너무 착하고 좋은 친구야. 근데 그러다보니 너무 모든 일의 화살이 너를 향해.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 그걸 못 본 네 잘못이 아니야!
그냥 그럴때는 "왜 재수없게 돌부리가 여기있고 난리야!"라고 돌부리 탓을 해도 돼.
때로는 너를 위해서 공격의 화살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언제가 마음이 병이 걸린 것 처럼 너무 힘든 날이 오자 그것을 글로 기록해보기로 했다.
대신, 무조건적으로 감정적인 표현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간 충동적으로 썼던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한 글을 보면
"이런 내가 너무 싫어!"
"평생 착하게 살았잖아. 근데 이 상황을 내가 왜 겪어야해?"
.
.
.
정말 끝도 없이 자책을 하고 그 상황에 갇혀서 힘들어하고 결국 자기 혐오로까지 이어지는 내용의 글들이 빼곡했다. 그래서 내가 나를 괴롭게 하는 생각들 (비교, 미워하는 마음 등등..)에 대해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서 기록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주로 이때 Why 공식을 사용한다.
1. 내가 열등감.분노.모멸감 등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 상황 기재
2. 내가 거기서 왜(Why)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
3. 그 감정을 느끼게 한 이유는 또 어디서(Where) 왜(Why)온건지
계속 이 3가지 질문을 반복하며 궁극적으로 내가 이 감정을 왜 느끼게 되었는지 먼저 파악한다.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에 공감하고, 제3의 인물에게 조언 혹은 위로를 건넨다고 생각하며 함께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응원의 말까지 전한다.
최근 있었던 부끄러운 일에 대해 공개해보자면, 아는 동생이 유학을 가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분명히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긴 들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마치 불덩이처럼 뜨겁고, 무겁고,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질투 그 이상의 감정이었다.
도대체 왜 그런 감정이 드나 차분하게 계속 나한테 질문을 던졌다.
Q. "도대체 왜 그게 그렇게 질투보다도 더 한 실망감으로 다가와?"
A. "왜 착하고 열심히 산 나는 여기 이렇게 맨날 취준하느라 박혀있고 막 살은 졔는 저렇게 하고싶은거 다 해?! 나도 내가 이러고 싶지 않아! 유학가고 싶었는데 자금도 없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일단 이러고 있거란 말이야."
Q. "그래. 너도 왜 당장 네가 여기서 머물고 있는지 알잖아.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너를 알아가는 중이고, 일단 사회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취준하고 있는거잖아. 근데 뭐가 그렇게 지금 네 자신의 상황을 화가 나게 했어?"
A. "그런데 여기서 당장 실적이 보이지도 않는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나 분명 성실하게, 죽도록 성실하게 살았단말야. 근데 지금 이 작은 자격증 하나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있는게 너무 초라해.... 그리고 이걸 못 딸까봐도 불안하고, 따도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할까봐 불안하고..."
Advice
: "그랬구나. 이 감정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 그래서 너는 화가 난거야. 하지만 00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했고 그러니 자신이 길을 일찍 찾아서 준비한거겠지. 그건 너도 잘 알잖아. 인정해주고 축하해줘. 그리고 너는 네 길을 찾아. 남과 비교하며 전전긍긍할 필요 없어. 사람마다 자신을 꽃피우는 시기가 달라. 하지만 궁극적으로 네가 네 길을 찾아서 꽃을 피우면 궁극적으로 너는 꽃을 피운거야.
심호흡하고! 다시 차근 차근 하나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보자."
궁극적으로 일기를 쓰며 느낀 점은, 글은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도구를 넘어 나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못된 짓 일기'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고 그것을 분석하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소중한 습관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속도로 꽃을 피운다. 나를 향했던 비난의 화살을 내려놓고, 대신 내가 걸어가는 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일기는 그 길에서 나를 비추는 가장 진실된 거울이 되어준다.
다들 나만의 진실한 거울을 통해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루 10분만 투자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