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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의바깥 Jul 17. 2017

여행에서의 만남들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많다. 대개 서로에 대한 존중에 기반해 말을 건네고 예의를 갖춘다. 나이, 지위, 직업 따위는 상관이 없다. 얼마든지 웃고 떠들며 갖가지 소재의 재밌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그동안 내게 익숙하던 세계 밖을 엿보게 한다. 이번 여행의 어느 밤을 함께 한 13명 중 서울에 잠깐이라도 연고를 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지방의 건설사에서 출장차 방문한 사람, 천안의 한의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사람, 체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한 사람, 공고를 막 졸업하고 파티를 즐기러 다니던 사람, 20대 때 어머니의 병을 간호하느라 여행을 다니지 못한 게 정말 아쉽다던 사람, 같은 숙소의 전날 파티에서 이미 사람들이 서로 친해져 있어 한 마디도 뻥긋하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수다와 썰을 잘 풀던 사람, 소방공무원으로서 첫걸음을 내딛기 전 여행을 온 사람, 열정과 가슴 뛰는 꿈을 역설하던 사람.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요 근래 몇 년 동안 점점 더 동질적인 사람들의 무리로 걸어 들어가던 혹은 빨려 들어가는 나 자신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런 우연한 만남의 기회가 아니라면 내가 언제 강정 해군기지에서 근무하는 부사관이나 드라마 현장의 조명 스태프를 만나 꽤 긴 시간 담소를 나누고, 어린 나이에 디자인 사업을 시작한 이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과정의 어려움이라든지, 치위생사로 일하면서 사진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는 이야기라든지, 계약직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가 그동안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시험을 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언젠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군대가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게 있다면 아마도 자신이 속한 집단, 계층으로부터 벗어나 사회의 다양한 사람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점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현재의 여행 문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게스트하우스 역시 우리가 익숙한 세계 밖을 체험케 하고 있지 않을까.

 한편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앞으로의 만남에 대한 어떤 태도를 다짐하게 한다. 사회의 조직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위계가 나눠져 있으니 당연히 역할도, 지위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갑의 위치에 있는 이에겐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춘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렇지만 이런 습관이 배지 않은 채 사람을 막 대하는 태도와 무의식이 우리 사회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에서 괜찮은 어른들을 만났던 것 같다. 개인으로 오롯이 서고, 또 오롯이 개인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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