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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HOOP 리슙 Jun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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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재테크 노하우를 전하는 숱한 자기 계발서 중, 언제나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있는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꽤 두는데 아침마다 꼬박꼬박 두세 페이지씩 읽었더니 어느  읽었다. 이전까지 거의 까막눈이나 다름없던 '돈'을 이 책 덕에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돈을 인격체처럼 대하고, 돈을 벌고 싶다면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음식부터 정갈하게 먹, 몸가짐과 주변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고, 임차료를 낼 능력이 된다면 임대인도 될 수 있고, 타인의 돈을 존중해야 내 돈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분명 이 책은 나처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어떻게 돈을 모아야 할지 감 잡 수 없는 사람, 당장 빠듯한 생활로 막막한 이들에게 유용한 책임은 확실. 읽는 동안 여러 번 고개를 주억거렸고 책장 사이에서 돈을 향한 용기와 희망을 가방에 넣고 출근하는 날이면 더 힘이 나는 듯했다. 어떤 돌부리 하나에 걸려 넘어지기 전까진 말이다.


 처음엔 그냥 위로 삐죽 솟은 작은 돌부리 한 개인 줄 알았 빙산의 일각들 중 하나였다.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만 했던 의구심 지막 장을 넘길 때 확고한 실망으로 굳혀졌다. '세상의 권위에 항상 의심을 품고', '의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 책은 아무리 읽어도 죽은 책'이라고 책의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리고 그의 책 쏟은 나의 시간 밑줄 친 문장들과 실천 등을 헤아렸을 보았을 때 이 정도 쉬움은 완독 한 독자로서 할 수 있다고 판단다.



그런 얘기가 나온다. 필리핀의 어느 패스트푸드 지점에 갔는데 어떤 아이가 하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어서 불쌍한 마음에 음식을 사 먹였단다. 그러다 차를 타고 매장을 떠날 즈음에 그 소년이 데리고 온 수많은 아이들이 차를 에워싸고 두드려서 자신은 물론 옆의 동승자까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는 이야기였다. 때로는 가벼운 혹은 섣부른 선의가 뜻하지 못한 큰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건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좋은 뜻으로 한 말과 행동이 언제나 최선의 결과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때론 상처로 돌아왔고 혹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필리핀이라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기를 바랐다. 국가와 굶주림을 선택할 수 없었던 어린아이들에게 씌워진 어떤 지배적인(부정적) 편견을 굳이 책까지 나서서 공고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다. 난 혐오가 특정 국가 사람 혐오로 갈 수 있는 여지는 불필요.


 자선이나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 가족까지 잘 챙기고 그 너머의 타인에게는 안타까움만 가져도 충분하다는 말을 한다. 직원들 월급 밀리지 않게 잘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윤리적이라는 그의 의견에 나 역시 공감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사회불만족이 당장 해결될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만 스스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 최소한 의무적으로 가져야 할 관심 마냥 오지랖이라고 치부한다면, 거기에다 이연한 편견 직접 들고 와서 조장한다면, 그런 것도 윤리적이라 볼 수 있을지 의심스다. 낯선 인으로부터 받은 뜻밖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기억하고 의지할 희망이 되는 세상에서, 이미 알게 모르게 받았을  관심을 다시 낯선 타인에게 주는 건 낭비가 아니라 등가교환일 테다.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도울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마음조금은 가벼워졌을까. 불교의 '무재칠시(가진 것이 없다 하더라도 베풀 수 있는 것이 일곱 가지는 있다)'같은 거처럼 말이다. 200억은 없지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유기견 봉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그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어딘가에서 이런 얘기도 나온다. 애도하다 보면 돈 못 모은다고. 그리고 투표는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쪽에 투표하라고. 


민주항쟁, 용산참사,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성폭행 미제 사건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맴돌았다. 학교 도덕시간에 배운 건 다 뭐지. 애도랑 투표가 이런 거던가. 인생이 계좌에만 머무는 거던가. 돈의 화신이 되면 저렇게 납작해지는 건가. 원래 무심한 관심을 주고받야 살 수 있는 게 사람 아니던가.


나도 돈을 좋아하고 많이 벌 거지만 적어도 저렇게 눌려서 살 말아야겠다는 게 내가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이다. 리고   관심 받으려 사는 것보다, 돈 벌 관심 주사는 게 더 은 인생이라는 것도, 관심은 어느 한쪽으로든 치우치면 해로우니, 안과 밖에 골고루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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