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breakfast와 lunch의 중간쯤 먹는 늦은 아침식사란 의미의 합성어로 알고 있는데 아침 제시간에 먹으면서 브런치라고 하니 좀 어색하긴 하네요. 그냥 요즘은 빵이랑 쨈 버터랑 계란이랑 소시지 담으면 대충 브런치인가 봐요.
달걀을 반숙으로 익혀야 노른자 색이 예쁜데 타이밍을 놓쳐서 동태탕의 생선 눈알 같은 색이 나와버리고 말았어요. 만회하느라 소시지에 노랑 노랑 머스터드를 열심히 뿌려댔어요.
솔직히 포크 나이프를 놓으니 사진은 그럴듯한데 먹기는 엄청 불편했음을 고백해요. 세 번 포크 질하면 한 번은 뚝뚝 흘리고 난리 블루스. 그렇다고 젓가락을 놓자니 그건 또 SNS 감성상 좀 그렇잖아요.
샐러드가 색감을 내는 데에는 아주 효자예요. 빨간색에 초록색의 보색대비도 그렇고 거기에 블랙 올리브에 화이트 치즈 파우더까지 아주 제대로죠. 방울토마토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샐러드에 들어간 건 또 먹어요. 입이 간사하기도 .
그나저나 입에 익숙하기 머스터드보다는 양 겨자, 손에 익숙하기는 포크보다 젓가락이에요.적지 않은 나이에 SNS 적응하기 힘이 드는군요.
마담이 제일 좋아하는 자리예요. 2번 테이블.
창가 자리인데 이 자리가 공연할 때 무대도 잘 보이고 바깥 풍경 보기도 좋아서 마담 개인 취향에 딱이에요.다만 손님들은 소파 자리를 다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또 의외로 악기 바로 옆자리를 좋아하기도 하죠.목적에 따라 성격에 따라 다 다른 거니까 그건 뭐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 이른바 개취니까 그런가 보다 합니다.
언젠가 사진작가분께 조언을 들었는데 자연광으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11시 시계 방향에서 빛이 들어오게 해서 촬영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했는데 나온 게 저 모양이네요. 빛이 적었든지 아니면 마담의 실력이 따라오지 못한 건지 아무튼 저래요.
접시에는 2인분을 담아요. 함께 식사하고 출근을 하는 엉클 조의 몫도 함께 담죠. Why? 설거지를 하나라도 줄이려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앞접시를 쓰고 나면 그게 그거더군요. 혼자 똑똑한 척,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한다는 것이 사실은 쓸모없을 때도 있어요. 내일부터는 접시 두 개를 그냥 쓸까 생각해 봅니다.
이건 인물사진 모드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위) 1.5m 떨어져서 촬영하라는 카메라님의 지시대로 했지요. 좀 볼만하지요? 빈 여백이 너무 많긴 하지만 어쩐지 배경이 흐릿하게 나오니까 진짜 사진작가가 된 듯한 기분도 들고 뭐 좋네요.
식빵을 먹다 보면 꼭 끝에 가서는 저런 빵껍질이 나오죠. 딱딱하고 식감이 별로예요.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고 따로 요리를 해서 먹기도 귀찮아서 그냥 '이것도 인생과 같군'하는 생각으로 먹어치웁니다. 부드럽고 촉촉한 날도 있고, 딱딱하고 신산한 날도 있고 살다 보면 왜 그렇잖아요.
거친 빵껍질도 크림치즈를 발라 먹거나 잼을 곁들이면 좀 먹을만한 것처럼 내 주변에 잼이나 크림같이 힘이 되어 주는 존재들 덕분에 버텨가면서 다들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아직은 그 존재가 무엇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나를 지탱해 준 무언가가 있었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란 믿음은 확고하지요.
흔히들 그 존재는 '가족 간의 사랑'이다 라고 외운 듯이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내밀 수 있는 모범 답안은 아니란 생각이 요즘 많이 들어요. 살면서 주변들 둘러보면 때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서 의외로 더 많은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사람이든, 신앙이든, 삶의 신조든 음악이든 독서든 누구에게나 버팀목이 되어준 대상은 다 다를 거예요. 그리고 그 도움과 의존은 자신도 모르는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것이라서 본인도 인식할 수 없는 모호한 대상으로 자기 안에 있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그 존재에 대해 확실하게 눈을 뜨고 인식하게 된다면 그건 거의 득도의 수준에 버금가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로인해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의지처를 찾아내고 나아지고 감사하고 더불어 나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구요.
무엇이든 알아가고 인식하고 각성하는 것은 그래서 참 가치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장 첫 걸음은 내가 '나'를 알아가는 것부터 이루어져야 할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