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UX 이야기 함께 나눠보아요.
마케터이지만 스타트업에 다니다 보니 UX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딱히 기획자나 PM (Product Manager)가 따로 없고 모든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비스를 어떻게 구축할지 함께 기획해 나갑니다. (적어도 제가 다녔던 곳들은 그랬습니다ㅠㅠ)
UX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모바일에만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오프라인의 영역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User experience. 말 그대로 우리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를 설계하는 거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상관없이요.
이번 글에서는 일상 속, 특히 오프라인에서 제가 경험한 기억에 남는 UX를 소개해 드립니다.
('기억에 남는'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흠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다 보면 이런 혼잡도 표시 화면을 보곤 합니다. 그런데 이 혼잡도 표시가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UX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9-2, 즉 아홉 번째 차량의 2번째 문에서 탑승하였을 때 보이는 화면입니다.
이 화면의 첫 번째 불편한 점은 차량 번호의 미스매칭입니다. 2호선은 1번부터 10번까지 차량이 있는데 혼잡도 화면은 0번부터 시작하여 9번에서 끝나죠. 승강장 바닥의 9-2에서 확인한 차량 칸과 화면의 번호가 다르기 때문에 화면을 봤을 때 헷갈릴 수 있죠. 두 번째 불편한 점은 실제 차량의 위치가 반전되어 화면에 표시되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9-2에서 탑승하였습니다. 열차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마지막에서 두 번째 차량에 승차한 거죠. 그런데 화면에는 제가 탑승한 차량이 진행 방향의 앞에서 두 번째라고 표시가 됩니다. 제가 기억하는 탑승 위치와 화면에서 표시되는 탑승위치가 정반대인 거죠. 물론 우리 칸을 검은색으로 표시하여 다른 칸과 구분되게 하고 있지만 정보를 인식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거죠.
엘리베이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기계입니다. 이런 엘리베이터의 사용자 경험이 좋지 않으면 정말 큰 불편함으로 느껴집니다. 저희 회사 건물의 엘리베이터에는 문을 기준으로 양쪽에 층을 선택하는 버튼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버튼 중 열림/닫힘 버튼입니다. 문 좌측과 우측의 열림/닫힘 버튼의 배열 순서가 다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왼쪽 사진에는 닫힘이 왼쪽, 열림이 오른쪽에 있는데요. 반면에 오른쪽 사진에는 열림이 왼쪽, 닫힘이 오른쪽에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작은 부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매일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면 정말 불편합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이 버튼이 헷갈려서 열림/닫힘을 혼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정말 많이 봅니다.
앞의 두 사례는 핵 구린 UX를 소개해드렸으니 마지막은 좋은 UX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지나가는 버스 정류장을 보면 노선표에 화살표가 붙어있습니다. 바로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진행방향을 보여주는 화살표인데요. 예전에 이 화살표가 없을 때는 내가 목적지로 가는 방향에 있는 건지 반대방향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버스 기사님께 여쭤보거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에게 묻곤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화살표 덕분에 이러한 수고가 덜어진 거죠.
여담으로 이 버스 정류장 노선표의 화살표는 정부 차원에서 부착한 것이 아니라 한 청년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이야기를 재미 삼아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버스정류장 3500곳에 '방향 화살표 스티커' 붙인 청년의 이야기
이렇게 우리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UX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 기억에 남는 UX는 어떤 것이 있나요?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개선되기를 바라시나요? 평소에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경험들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의외로 괜찮은 아이디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