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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y 13. 2024

박지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53


박지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지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박지원

제목: 기억이 피는 곳에서 


입학식 전날, 학교를 먼저 와 본 지원. 

그녀는 학교를 둘러보면서 언니를 떠올린다. 


“언니, 내가 여기로 왔네”


오래 전, 사고사로 하늘나라로 떠난 언니, 

그 언니가 다렸던 학교였다. 


언니에 대한 대부분의 기억들은 

뭔가를 놓고 간 언니에게 물건을 가져다주러 이 학교로 왔을 때였다.


그때 봤던 언니 오빠들, 이제 3학년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하아..”


아직도 지원의 가슴에는 언니가 살아 있는데,

학교의 모습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인데 언니는 없다. 


언니를 따라온 학교,

두 자매는 매우 잘 지냈다. 지원의 친구들도, 지원 언니의 친구들도

자기도 지원과 지향과 같은 자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시샘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친했고, 서로를 아꼈던 두 자매였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사이가 되 버렸다. 지원은 언니가 그토록 좋아했던 학교들을 돌아보며 언니가 오늘은 어디서, 오늘은 여기서, 오늘은 저기서 말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학교를 돌아보았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역시 도서관이지, 너무 커서 졸업생들도 근처 대학생들도 우리 학교 도서관으로 책을 빌리러 온다고, 다른 학교에 없는 책이 우리 학교에는 있을 정도다?”


언니가 그렇게 자랑했던 도서관, 같이 가보자는 제안에 자기도 숙제해야한다고, 또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고 물건만 던져두고 왔던 일들이 떠올라서 눈물이 나는 지원이었다. 


“그때 와 볼 걸 그랬나”


많은 시설 속에서 언니가 웃었던 모습이 서려 있는데, 이 학교의 자랑이라고 하는, 또 가장 큰 건물인 도서관에서는 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보더니 정적이 온 것처럼 멀뚱하게 서 있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학생의 입장에선 어른처럼 보이지만, 어른의 입장에선 아직 앳된 얼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지원이니?”


그가 지원에게 걸어와 물었다. 지원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향이를 많이 닮았네”


생각이 났다. 지향 언니와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남들은 둘이 사귀는 줄 알았다고 하는 그런 사이였다. 


“아, 중후 오빠?”

“그래, 가끔 봤는데 기억 안 나지?”


허구헌날 중후를 욕하면서 또 중후를 챙기던 지향을 떠올린다. 중후와 지향이 가장 많이 싸웠던 이유는 지향의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지향은 중후 여자친구에 대해서 일절 터치도 안 하는데, 왜 자기한테는 지랄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말들이 갑자기 떠올라 난처한 지원이었다. 


지향의 남자친구는 이 학교의 선생님이어서 비밀 연애를 하고 있었고 이 사실을 아는 건, 중후와 몇 명의 소수 친구 밖에 없었다. 


“딱 봐도 알겠다. 많이 컸네, 여기는 어쩐 일로? 내일 설마 너도 여기 입학하는 거야?”

“네 맞아요, 이제 저도 언니의 후배, 오빠의 후배도 되겠네요. 잘 부탁드려요”

“뭐 나는 졸업반이라 이제 우리 만날 일도 없을 걸 1학년이랑, 3학년은 식사 시간도 다르고, 아 여기 도서관에 자주 오면 좀 보겠네, 자 이건 용돈이야.”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쥐여주는 중후였다.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만 주는 건데, 너도 많이 타 먹어, 참고로 여기 매점이 학교 급식보다 맛있다. 도내 최고의 도서관 시설이라고 하잖아.”


이 도서관은 학교 옆에 있어서 학교 도서관으로 운영되기는 외부인이 많이 찾아와서 거의 구내식당급의 매점도 운영하는 곳이었다. 


“아 정말요? 감사해요”

“감사하면 나중에 너도 받아서 나한테 한 턱 쏴. 아 혹시 괜찮으면 번호 알려줄래?”

“네 번호요?”


지원은 은근슬쩍 길을 걷다 보면 번호를 많이 물어보는데, 보통은 사복을 입을 때 더 많이 그랬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학생이라고 밝히면 아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듣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학생인 걸 알아도 번호를 물어보는 중후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아, 번호..”


왜냐면 지원에게는 아직 휴대전화가 없었다. 언니가 휴대폰을 자신의 명의로 2개를 써서 하나를 지원이 쓰고 하나를 지향이 썼었는데, 언니가 죽은 후 다시 휴대폰을 파지 않은 지원이었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저 휴대폰이 없어서”

“어?? 아 나 막 그런 사적인 마음으로 그런.. 사적인건가 네가 여자라서 따려는 건 아니고, 후배고, 지향이 동생이니까 그런 건데. 하하. 그래 알았어”


중후는 잔뜩 오해를 하고, 돌아서 가다가 다시 지원의 앞으로 뛰어왔다. 


“박지원? 나 너한테 사심이 없었거든. 근데 니가 번호를 거절하니까 나도 인기 좀 있는 놈인데, 지향이도 그렇고 자매가 나한테 다 그러니까 괜히 오기심 생기네. 내가 졸업 전까지 니 번호 받아낸다. 너. 그전에 폰 만들어. 또 없단 말 하지말고”


그렇게 다시 뒤어가는 중후의 뒷모습을 보자, 어리둥절한 지원이었다. 


“아.. 어…”


정말로 폰을 사용했으면 바로 줬을텐데, 지원은 무슨 일을 중간에 갑자기 듣는 게 싫었다. 그때 언니한테서 연락이 왔을 때 ‘나 지금 학교야’ 라는 대답으로 거절을 했다. 언니와 통화할 수 있는, 연락할 수 있는 마지막인줄도 모른 채였다. 


나주엥 언니가 녹음해 놓은 짧고 간단한 인사, ‘지원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해야해, 사랑해 우리 동생!! 박지원!!’ 그렇게 남긴 말들. 


공포속에서 죽어갔을 언니를 떠올리니 가슴이 아프다. 그러다 보니 스팸이라고 해도 폰이 울리면 확인을 했고 그것 때문에 학교에서 문제가 났고, 결국 폰을 쓰지 않게 된 지원이었다. 


지원은 내일 입학식이 열릴 강당을 올랐다. 언니가 학교 축제에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던 걸 떠올린다. 지원도 직접 본건 아니고 녹화영상만 봤었는데, 언니는 무대 체질인지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잘했었다. 


아마 살아만 있었다면 이 학교의 학생회장도 언니가 하지 않았을 까 생각하는 지원이었다. 


“언니, 보고싶다”


언니의 입학식에 자신도 따라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 자신이 다니던 중학교를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안 나갔나? 뭐 부모님이랑 선생님이랑 말 잘했었겠지? 아닌가 방학이었나? 


그렇게 기억들을 헤집다가 언니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다시 떠올라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기억 되감기를 멈추는 지원이었다. 


“아, 박지원, 잘하자. 언니가 못 이룬 꿈 내가 이루어야지”


언니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교가 감옥이라거나 그런 생각을 가진 게 아니라 학교를 학교 답게, 다니고 싶게 만들고 싶어했다.


그 이유는 언니의 꿈이 교직원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최연소 선생님이 될 거라는 둥, 현실적인 부분은 지원도 모르지만 위대한 선생님이 돼서 나중에 교장도 되고 교육감도 되고 교육부 장관도 될 거라고 말했던 언니였다. 


아직은 하고 싶은 게 없는 지원은 그런 언니의 꿈을 대신 쫓아볼까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자신은 없었다. 


이전부터 언니와 다르게 노는 게 좋았다. 그래서 언니랑 그런 부분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했다. 특히 언니가 시험기간인데 그런 걸 잘 모르던 나이였던 지원이 놀자고 보챘을 때 언니가 처음으로 화를 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방에 들어가 혼자 엉엉 울었던 지원, 그런 지원에게 미안했는지 공부를 끝내고 와 지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언니 미워, 저리가, 안 놀아”


가장 언니에게 상처 줄 수 있는 말이 안 놀아 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지원에게는 노는 게 중요했다. 그 중요한 걸 이제 언니랑 안 한다는 선언이었으니까. 거의 절교와 마찬가지의 말이었지만 언니에게 그렇게 전해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미안해 지원아, 언니랑 놀자~”


그렇게 언니의 사과를 받고 다시 잘 놀았던 기억인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살다 보면 언니의 기억들은 흐려져 가겠지, 지금은 그런 기억을 억지로 붙잡아 놓는 게 강했다. 


“언니..”


자신의 삶에 언니가 미친 영향이 엄청났는데, 이제는 그 언니가 없이도 살고 있었다. 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에서도, 언니가 없이도 잘 살아야 해. 이 언니의 마지막 부탁이니까!


항상 언니의 부탁을 들어주는 척 마는 척 줄달리기 하기 일쑤였던 지원이었지만 이번 만큼은 언니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나 잘 살게 언니..”


집에서 치워진 언니의 기억들, 부모님은 지원과 그리고 다른 가족들이 지향에 대한 향수 때문에 삶이 어려워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언니를 기억하는 일을 포기했다.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큰 소리를 지르며, 언니 물건 건들지 말라고 크게 소리쳤는데, 얼마전 설날에 할머니 집에서 발견한 언니의 유품들은, 먼지 하나 끼지 않은 채로 잘 보관되어 있었다. 


지원에게는 두명의 동생이 더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원과 지원의 동생들에게 영향이 갈 것임을 염려해 부모님은 지원만큼이나 언니가 보고싶지만 애써 참으며 언니의 기억들을 잠시 옮겨 놓은 것이었다. 


지원은 그때, 처음으로 눈물은 폭포처럼 흘렀지만, 소리는 낼 수 없는 그런 슬픔을 겪었다.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기억이 안 나서 잘 모르겠다. 


처음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는 보이스피싱 인 줄 알았다.


“박지향씨 동생이신가요?”

“네. 누구시죠?”

“저는-.”


지향이 사고로 병원에 왔고, 수술을 했지만 다시 깨어날 수 없었다는 이야기.

지원은 그날이 갑자기 떠올라 강당 한 가운데서 주저 앉는다. 


“언니…”


언니 없이 살아온 게 벌써 1년이 됐다.


“언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지원이었다. 

내일, 입학식날 울어버릴 까봐 찾아왔는데 잘 왔다 싶었다. 

이렇게 먼저 우니까 내일은 안 울겠지.


그렇게 언니를 떠올리며 펑펑 울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지원을 감싸며 두드린다. 


마치 언니처럼, 언니만의 특유의 향을 내면서, 


“저기. 괜찮아?”


마치 언니의 목소리르 내면서. 

언니가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의 체온과 목소리에 지원은 눈물 범벅된 얼굴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마주친다. 강당엔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줄을 서고 있는 모양세가 되는데,

지향이 지원을 내려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이름이 박지원? 우리 동생이랑 이름이 같네? 어? 뭔가 지원이가 크면 지원이.. 선배? 동기?? 처럼 될 거 같아요. 오늘 지원이도 입학식 온 다구 했는데, 그때 보면 깜짝 놀라겠다!”

“언니..?!”

“언니..?”


지원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상관없이 우선 지향을 덥석 안았다.

수만 번 수억 번 상상하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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