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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상원 Dec 04. 2022

반려견에게 서열은 없다.

종종 보호자님들 중에서 부르면 오지 않는 반려견을 보고 

'쟤는 내 말을 무시해요.' 등의 말씀을 하시며 서열에 대한 질문을 하곤 하십니다.

그런데 과연 그 것이 서열의 문제일까요?




늑대를 통해 실험한 결과

반려견은 동물이기 때문에 ‘서열을 나누는 것’이라는 말은 

무언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집에 사는 반려견은 서열을 나누지 않습니다. 

즉, 서열이니 뭐니 떠드는 글들은 시작부터 잘못되었고,

이런 교육방법들이 보호자들에게 큰 혼선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왜 반려견과 반려견 교육에 ‘서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을까요?

그 이유는 1940년대로 돌아가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당시 동물연구를 하던 과학자들은 특정 장소에 

서로 연고가 없는 늑대 2마리를 가두어 놓고 

먹이와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관찰결과 2마리 중 강한 늑대인 ‘알파’가 등장하고

다른 늑대는 순종하는 현상을 발견했죠. (물론 '알파'라는 표현자체가 잘못된 부분..)

문제는 그 결과를 늑대의 후손인 개에게 적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토대로 반려견의 교육이 발전하였습니다.


개랑 늑대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1980년대가 되어서야 이 실험에 모순이 있다는 것이 지적됩니다. 

첫 번째로 늑대 2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늑대 전체의 습성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죠. 

두 번째로 특정 제한된 공간과 자원으로만 실험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서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세 번째로 늑대와 개는 1만년 동안이나 다른 환경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개에게 늑대를 토대로 진행한 실험을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야생과 우리의 가정집은 환경자체가 달라요. 


먹이를 구해서 먹어야하고 덥고 추운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야생동물과 

애초에 세대를 거듭하며 태어날 때부터 

가정집에서 태어난 반려견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거죠.

이 모순을 근거로 야생의 늑대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새로운 실험이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늑대조차도 가족 단위로 생활하며 서열경쟁이 아닌 

상호소통하는 그룹생활을 한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이로서 개는 늑대의 후손이니 서열이 있다는 논리 자체가 근거없는 것이 되어버렸어요.



어린 아이와 대형견을 키우면 어린 아이가 대형견에게 굴종해야하나요???


실제로 서열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찾아봤는데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인터넷 영상에서 

리트리버와 포메라니안을 함께 반려하는 가정이었습니다. 


그 영상에선 리트리버와 포메라니안에게 밥을 주면 

리트리버가 먼저 밥을 다 먹고 포메라니안의 밥이 탐나서 옆을 기웃거리기 시작해요. 

하지만 포메라니안이 ‘으르렁’ 소리를 내며 하지 말라는 표현을 하면 리트리버는 그 공간을 떠납니다.

강함에 따른 서열이 적용된다면 5kg도 안 돼는 포메라니안이 

30~40kg 나가는 리트리버에게 사료를 빼앗겨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른 종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우리 집 동물들을 통해 알아보았어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지만 저희집 4kg인 반려묘와 15kg이 나가는 반려견에게 

한 공간에서 먹을 것을 주고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저희희 집 반려견도 리트리버와 포메라니안 사례처럼

 자신의 간식을 다 먹고 반려묘의 간식을 노렸습니다. 


하지만 반려묘가 반려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경고하자 

이내 그 공간을 떠나 나에게 와서 간식을 더 달라고 손을 내밀었어요. 

서열이 적용된다면 작은 반려묘가 훨씬 덩치 큰 반려견에게 간식을 내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만약 당신의 집의 반려동물들은 이렇지 않다고 해도 서열 때문이 아니에요.


큰 개의 먹을 것을 뺏어먹는 작은 개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분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큰 개가 그냥 물러나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서라도 뺏어먹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그냥 남의 간식이나 사료가 먹고 싶었을 뿐입니다. 

마치 제가 학창 시절 친구의 피카츄 돈가스를 달라고 들러붙어 한입 뺏어 먹었던 것처럼 말이죠.






서열이라는 잣대를 빼고 본다면 사람과 반려견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은 가족입니다. 

반려견이 반드시 보호자의 말에 ‘복종’ 해야 하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사랑으로 보듬어야하는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여러분은 반려견에게 지배자나 폭군이 될 것인가요 아니면 가족이며 동반자가 될 것인가요?

‘복종’ 시키지 않더라도 친근하고 즐거운 교육을 통해 행복한 반려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하지 못할 행동들이나 알고도 행해지는 강압들이 사라지고

잘못 알려진 정보로 인해 고통 받는 반려견들을 위해 이런 사실들이 더 많이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반려견 교육문의>

http://pf.kakao.com/_aWxgDxj/c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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