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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 Jan 03. 2023

초등입학,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

두툼한 겨울코트를 꺼내입은 어느 봄날 아침.

초등입학식이 있는 아침이다.

그동안 날짜와 시간이 맞는지

하루에도 서너번씩 예비소집일에 받은 안내문을

살펴보았다.

입학식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평소에는 귀찮아서 가지도 않는 백화점에

아이의 손을 잡고 가서 구입한

예쁘기만하고 무거운 가방에 몇 가지 되지도 않는

준비물 중 빠진 것은 없는지 체크한다.

며칠 전 담임선생님께 받은 문자에 적힌

아이의 반과 번호를 다시 한번 아이에게 말한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학교지만

분주하고 초조한 마음에 아이를 재촉해서

얼른 현관문을 나선다.




유치원과 사뭇 다른 분위기의 운동장과

건물을 보니 침이 꼴깍 삼켜진다.

긴장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남편은 아이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고

아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학교를 훑어본다.

코로나19로 학부모의 건물출입이 통제되어

운동장에서 간단하게 담임선생님과 인사하고

선생님의 인솔하에 아이들이 두줄을 지어

입학식 장소인 강당으로 떠난다.

뒷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조마조마한지.

덩치보다 훨씬 큰 가방을 둘러메고

선생님을 뒤따라 가는 모습을 보니

눈이 시큰하다.

아직은 작디 작은 아기같은데

그 아기가 언제 커서 이렇게 학교에 가나.

(물론 말 안듣고, 말대꾸 기똥찬 다 큰 아기)



입학식에 너무 일찍 가서 1등으로 줄 섰다.




입학식 이후 3월 한달은 적응기간이라고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도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이지만

엄마도 학교에 적응을 하는 기간이라고.

요즘 아이들은 학교 입학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한다.

한글, 연산, 영어, 그 밖에 예체능 등.

주로 학교 공부를 선행하기 위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학교를 보내보니

1학년은 선행학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자기주도적인 생활습관을 들이자.

자기 물건을 잘 쓰고 정리하기, 가방 정리하기,

젓가락질하기, 우유나 과자봉지 스스로 열기,

옷걸이에 외투걸기 등 사소한 생활습관이

학교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께서 스무명이 넘는 아이들을

다 챙겨주시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선생님도 도와주시긴 하지만 유치원처럼

세심하게 아이를 도와주시긴 힘들다.

이런 점을 염두하여 유치원에서

이런 생활습관들을 잘 배워서

입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아이들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다만 엄마들이 여전히 유치원생일 때처럼

하나 하나 챙기려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적어도 하교후 수저와 물통을 싱크대에 넣고

알림장이나 가정통신문을 엄마에게 전달하는

가방정리 습관은 아이가 하도록 지도해야한다.

아이는 학교에서 생각보다 잘 적응하는데

큰 가방을 짊어지고 집에 돌아온 아이가

안쓰러워서 엄마가 얼른 가방을 받아서

바닥에 내려놓기도 전에 내용물을 정리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안쓰러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제 작은 생활습관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한다.

스스로 생활할 줄 아는 아이가

훗날 자기주도학습도 할 줄 알지 않겠는가.



둘째, 예절도 무척 중요하다.

교실에서 선생님께 인사하기, 스쿨버스 기사님과

차량도우미 선생님께 인사하기, 급식실 선생님께

인사하기, 친구들에게 인사하기 등 밝게 인사하는

아이는 어디에서나 눈에 띄고 사랑받는다.

그 밖에 친구 몸에 손대지 않기, 바르고 고운 말

쓰기, 양보와 배려를 하면서 놀기 등 교우관계에서

어떻게 우리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객관화하여

가정에서 지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아이 반에 친구에게 나쁜 말을 하고

짓궂은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매일 그 친구를 지도하셨다고 한다.

우리 아이 말을 들어보면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1학년이니만큼

되도록 잘 타이르고 수업시간을 방해하는

행동을 할 때는 그렇게하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아이 입장에서는 매일 선생님께

혼이 나는 기분이었고 매일 집에서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썼다고 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영문도 모르고

아이의 말만 듣고 전학이라도 가야하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집에서는 엄마 바라기에 애교많은

아들의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을 모르신 것이다.

고민이 큰 그 엄마를 보니

ㅇㅇ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수업시간에 태도가 좋지 못하다더라고

말해주기도 애매하여 담임선생님과

상담해보는게 어떻냐고 조심스럽게 권유를 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그 아이는 적어도 수업시간 태도는

좋아진 것 같다.

여전히 수업시간 이외에 친구들 간의 관계는

잡음이 있는 듯 하지만.




이런 상황을 엄마가 다 알수는 없고

다 해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적어도 입학 전에 유치원 선생님께

우리 아이의 생활습관이나 친구 간의 관계에서

어떤 점을 도와줘야하는지 여쭤볼 필요는 있다.

우리 아이는 잘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유치원 선생님께 2학기 말에 여쭤보니

생각지도 못한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가 친구나 선생님께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집안에서는 사랑 듬뿍 받는 외동딸이라

오히려 예의가 없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을 똑똑하게 하는 아이가

사회생활(?)에서는 그렇게 말을 못한다고 하니

나도 나름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학교 입학 때까지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조금 더 아이 말에 귀 기울이고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다행히 학교생활에서는 아직 그런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1학년 생활을 정리하며 돌아보니

선행학습보다 자기주도적인 생활습관,

타인에의 예의와 배려를

가정에서 챙기는 것이 학교적응을

돕는 것에 대한 지름길이었다.

한글이나 연산 뿐만 아니라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잘 챙겨서

아이들이 3월에 함박 웃으며 학교를 다니면 좋겠다.

이렇게만 잘 챙기면 입학 한달 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초등입학? 생각보다 별 거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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