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을 걷다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
“독서했던 지난 9년 동안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어.
독서하기 전에는 우울감, 슬럼프, 패배감,
무기력이 종종 찾아왔거든.”
내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응. 나도 일찍 일어나서 방안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아침 바람 맞으며 독서하니깐
행복하더라.”
책 덕분에 부정적 생각 대신
긍정적 사고를 먼저 하는 습관이 생겼다.
세상과 인생에 대한 두려움, 불안함보단
설렘, 즐거움이 더 커졌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소설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다는 것은
인생에서 오는 모든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피난처를 만드는 것과 같다.”
예상보다 나의 건강 회복은 오래 걸렸다.
긴 시간을 책과 함께 견뎌냈다.
그만큼 책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속세를 떠나 산속에 들어간 스님처럼
모든 것들과 단절한 채,
멈춤과 고독 속에서 온전한 나를 마주했다.
지난 시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 자신을 갈고닦은 기간이 되었다.
건강을 되찾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을 때,
나는 변해 있었다.
어떤 삶의 파도가 몰아쳐도
책이라는 도구와 함께라면
그 위에 강인하게 설 수 있는 사람으로.
위기를 기회로 변환시키는 원동력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책은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해 주었다.
뒤엉킨 문제들을 차근차근 정돈해 주었다.
꼬인 갈등을 한 올씩 풀어냈다.
당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어떤 권력자도 당신에게서
빼앗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는 그것이 독서와 시련이다.
책은 고통을 가치 있는 무언가로 승화시킨다.
힘든 시기에 책을 만난 건
내 인생의 큰 행운이었다.
아마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졌을 테다.
읽은 책을 모두 다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분명한 건 한 권 한 권 읽어갈수록
내면이 더 튼튼해진다는 점이다.
책은 내 안에 독소가 쌓이지 않도록
건강한 연료를 채워 넣는다.
이젠 독서를 통해 마음속 쓰레기를
하루라도 제거하지 않으면 찝찝하다.
식사 후 이를 닦지 않은 느낌이다.
현실에 지쳐 힘들 때마다
잠시 혼자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누구에게나 견고한 자기만의 성역이 필요하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내면에 단단한 뿌리가
내리는 시간과 같다.
혼란한 마음을 깨끗이 비우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은 독서다.
15분이라도 모든 걸 차단하고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매일 독서하는 엄마와 나를 보면서
동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엄마가 아침에 책을 읽으면
행복하다고 했는데 공감해.
나도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30분 정도 책을 읽으면
하루가 든든하고 뿌듯하더라고.
책이라는 건 여러 의미에서 장점이 많아.
우리가 잘 살고 행복을 느끼는 건
결국 어떠한 생각이나 감정에서 비롯해.
여행을 계속하면 무뎌지고,
돈을 끝없이 쓴다 해도
만족감은 더 이상 커지지 않잖아.
나만의 행복을 알아내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찾는 일이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