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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했으면 어쩔 뻔 했니

by 박가을



“엄마랑 누나는 종교에 관심 없어?

어릴 땐 종교라는 게 왜 있는지

이해가 안 갔어.

근데 한 2년 전부터는 조금 알겠더라.

결국 이것도 정신 건강을 위해

다니는 거라고 봐.

요즘 성당을 다닐까 고민 중이야.”

어느 날 동생이 말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종교를 가지는 건 좋다고 생각해.

나도 힘들 때 종교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종교가 여러 역할을 해주겠지만,

결국 우리가 종교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마음의 안정과 평화, 치유와 희망,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어.

힘든 시기에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위로를 받았어.

책이 나에게는 종교만큼

큰 힘이 되어줬어.

독서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내 마음을 단단히 다져주었지.”


고통의 바다에 빠져 숨이 막혔을 때,

책은 내가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도왔다.


독서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이제는 책 읽지 않는 하루를

상상할 수 없다.


꾸준히 독서하지 않았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내 모습을

수없이 마주했다.


“네가 지난 시간 동안 책을 안 읽었으면

어쩔 뻔했니~”

엄마가 나에게 자주 하시는 말이다.


작가 생텍쥐페리는

소설<어린 왕자>를 통해 우리에게 전한다.


자기가 긴 시간 공들여 가꾼 존재와만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9년 동안 책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제 책은 나와 특별한 관계를 이룬다.


책을 단순한 물리적 사물이 아닌

마치 살아있는 인격체처럼 대했다.


책은 나를 살려준 은인이고

평생 함께할 동반자이다.


수많은 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 좁은 세계 안에서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았구나.


그래서 인생이 더 힘겹고

세상이 두려웠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음은 독서가 나에게 준 선물 4가지다.


1

독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부터

바라보는 습관을 길러줬다.

책은 긴 세월이 지나서야 깨닫는 일들을

지금 바로 알려준다.

이는 더 일찍 지혜로운 선택을 하도록 인도한다.


2

책은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책은 삶의 밑그림을 멋지게 그려주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름다운 색깔로

하나씩 색칠해 갔다.


3

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비록 몸은 조그마한 방에 갇혀 있지만,

내 의식은 책을 통해

매일 광대한 세계를 만났다.

독서는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도록

열어주었다.


4

책 읽기 덕분에 내가 매일 보내는

24시간 결과 질이 달라졌다.

내 삶이 독서로 보낸 시간으로

스며있다는 사실은 나를 충만하게 한다.

같은 시간도 독서로 남들보다

2배 더 짙어진 기분이다.



정세랑 작가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읽는 사람은 죽기 전에 천 번을 산다.

자기 인생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경험과 이야기를 흡수해서

책을 통해 무한해지는 유한한 삶.”


한 번뿐인 인생이지만

내적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면 얼마든지

다채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인간의 존재와 삶은 유한하면서도

무한할 수도 있다.


책 읽기는 오직 한 번의 생을

수천 년의 인생으로 늘려주는

가장 멋진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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