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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FFLE Jan 30. 2024

술 마시기 전 현금을 뽑는 이유

게임이 주는 재미, 게임이 남긴 의미

누구나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더 열심히 놀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땐 왜 그렇게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지 않았을까, 그땐 왜 그렇게 술을 조금만(?) 마셨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노는 것은 좋다. 이런 우리를 두고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하지 않는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몸을 던지며 노는 모습을 보고, 대학교 1, 2학년 때가 생각났다. 어릴 때 했던 술 게임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 그러나 나이를 먹어서인지 어깨춤은 물론이고, 탈골도 싫어서 피 터지는 게임은 하기 어려웠다.


아주 간단한 게임을 하나 정했다. 그리고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돈을 걸기로 했다. 약속 며칠 전부터 친구들에게 꼭 현금을 뽑아오라고 말했다. 게임은 ‘영어 사용 금지’에서 착안했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외모 비하 2,000원

-하고 싶은 말 까먹으면 2,000원

-욕 3,000원

-확실하지 않은 정보 말할 시 2,000원

-‘개’ 사용 시(예: 개더워) 1,000원


▲ 벌금 메뉴판

    

여기서 걷은 벌금은 안주를 주문할 때 쓴다. 생각보다 많이 모인다. (2시간 동안 55,000원이 모였다.) 그래서 남은 벌금은 택시 타고 귀가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이렇게 하면 술자리가 지루하지 않고, 우리의 평소 언어 습관을 알게 해 주며, 집이 먼 사람들을 배려하니 일석삼조의 꽤 괜찮은 게임이다.


거기다 술자리가 끝나갈 기미가 보이면 “앞으로는 좀 더 어른스럽게 이야기하자”하는 식의 훈훈한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그중 누군가는 이미 기억을 잃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음 주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그땐 어떤 걸 금지해 볼까.


-남자가 ~ / 여자가 ~ 3,000원

-술 강요 1,000원

-상대방 말 끊기 2,000원

-연예계 가십 2,000원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땐 얼마나 모일까.


궁금하다. 그날 게임에서 우리는 얼마를 잃고 무엇을 얻어갈까. 우리는 평소 어떤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그걸 우리는 인지하고 있을까.


이렇게 게임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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