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으로 입사했던 초반 3년.
그 시기는 지금 돌아봐도 꽤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입니다.
상위 고과를 연속으로 받았던 이유를 떠올리면,
하나의 패턴이 보입니다.
첫 번째는 기본기였습니다.
자료 한 줄을 써도 “왜?”라고 물으면 설명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기본기는 말수 적은 사람에게도 묵직한 신뢰를 주더군요.
두 번째는 환경 적응 속도.
새로운 곳에 가면 낯선 공기 속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려 했습니다.
사람, 시스템, 업무 방식.
빨리 익숙해지는 사람이 결국 기회를 먼저 잡습니다.
세 번째는 모르는 걸 물어보는 용기였습니다.
‘경력 사원인데 이걸 물어보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이 오히려 성장을 막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네 번째는 나만의 영역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팀 안에서 “저건 그 사람이 해야지”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 사람의 자리는 누구도 대신 채울 수 없게 됩니다.
다섯 번째는 그 영역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돕는 것.
도와준 한 번이 사람들에게 제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회사에서 ‘빛나는 순간’은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오더군요.
여섯 번째는 내가 한 일을 알리는 일.
조용히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보고서 한 장, 회의 한 번에도
내가 만든 가치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했습니다.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는
타 부서에 나를 알리고, 역량을 인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팀 안에서만 평가되지 않습니다.
타 부서의 신뢰가 생기면 영향력은 훨씬 넓어집니다.
마지막은 성과를 명확하게 어필하는 것.
잘난 척이 아니라
관리자가 나를 제대로 평가하도록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때의 저는 이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내가 없으면 이 팀 불편하겠는데?”
그런데 시간이 지나 깨달았습니다.
여러 회사를 거치고,
해고도 겪고,
복직도 해보며
조직이라는 곳을 다시 바라보니
진실은 하나였습니다.
회사란, 나 없어도 잘만 돌아간다.
이 깨달음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회사를 위해 나를 증명하며 쌓아올린 그 모든 노력들이
지금은 회사 밖의 커리어를 만드는 자산이 되었으니까요.
조직에선 대체 가능한 사람이었지만
내 인생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나이기에
오늘도 저는
저만의 영역을 다시, 천천히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