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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노래고르듯 글을 고른다.

by 민수석

오래전, 노래를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말이면 길거리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리어카에는 온갖 노래가 담긴 녹음 테이프들이 진열되곤 했습니다.


그 시절 생겨난 말, 길보드 차트.

정말 길거리에서 많이 들리고, 많이 팔린 노래들이었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은 노래들만 골라 카세트테이프를 선물하곤 했습니다.


더블데크 카세트에 한쪽에는 노래 테이프,

다른 한쪽에는 공테이프를 넣고

재생과 녹음 버튼을 동시에 눌러

‘철컥’ 소리를 들으며 선곡을 시작하던 때.


돌이켜보면 참 낭만이 가득했습니다.

그 사람이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한 땀 한 땀 노래를 담아가던 설렘이란.


오늘, 전자책에 넣을 글들을 고르기 위해

오래전 썼던 글들을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진이 시간을 데려오듯

옛 글들도 그 당시의 저를 다시 불러내더군요.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은 것도 있었고,

그때의 마음이 몽글하게 되살아나는 글도 있었습니다.


글을 고르는 과정이

예전 테이프에 노래를 담던 마음과 닮아 있었습니다.


노래는 ‘그 사람’을 떠올리며 녹음했고,

지금의 글은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도움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르게 됩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따뜻함이 닿길 바라는 마음.

어쩌면 이런 감정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몽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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