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대로 살란다.
'너 쌍꺼풀 수술 잘됐다.'
'그렇지, 여기 팔자 주름도 당겨야 하는데 이번 가을에 하려고.'
수영장 탈의실에서 5.60대로 보이는 여자들의 대화이다.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여자의 질문.
'주름 당기는데 얼마래요? 나도 지금 눈가 주름 때문에 몇 군데 성형외과 알아보고 있는데 가는데 마다 가격이 다 다르더라고요. 300만 원부터 1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더라고요.'
'돈 좀 더 주더라도 잘 알아보고 좋은 데 가서 하세요. 의사 잘 만나야 돼요.'
역시 성형에 관심이 있는지 몇몇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다 말고 그 여자들 주위로 몰려든다.
'내 친구는 남편이 환갑 선물로 성형해 줄 테니 견적만 내오랬데요. 그래서 요즘 병원 순례하고 있어요. 대충 2000천만 원 정도 예상하더라고요.'
'참 별난 남편도 다 있네, 좋은 남편이야? 나쁜 남편이야?'
나는 속으로 남의 남편을 저울질했다. 환갑에 마누라 보고 성형하라고 하는 남편은 어떤 마음의 소유자일까?
돈만 많은 사람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성형얘기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다.
맑은 하늘에 연두색 잎새들이 싱그럽다.
이만하면 행복하다. 더 이상 무얼 바랄까, 참으로 감사하다. 주름이 있으면 어떻고 눈이 처졌으면 어떤가? 살아서 이렇게 행복하면 그만이지. 나는 자연에 나를 맡기고 싶다.
문득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의 강의를 들은 기억이 되살아 난다.
동의보감을 통달한 학자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성형으로 눈이 커지면 간의 소모가 많아져 간이 피로해진다. 우리 몸은 연결되어 있어 순환해야 하는데 쌍꺼풀 수술조차도 순환에 지장을 준다. 그러니 제발 하지 말아라. 요즘 젊은이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양악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지성이 없이 성형미인인 청춘들, 절대 행복해지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외모에 관심이 높은 건 사실이다. 물론 성형으로 인해 자신감이 생겨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형, 특히 삶의 연륜인 주름을 당기기 위해 귀한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나는 반대다. 사실 나도 거울을 볼 때면 날로 늘어나는 주름이 보기 싫지만 내가 정직하게 살아온 내 삶에 궤적을 부정하면 나를 기만하는 것이리라. 처진 눈꺼풀도 나의 소중한 역사가 아니겠는가,
내 나이는 주름 당기는 성형할 나이가 아니고 지성과 지혜를 연마해 나와 세상을 탐구할 수 있는 소중한 나이이다. 내 몸과 소통하고, 주위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윤리적으로 변화하여 매일매일 새로운 삶이 창조되는 삶을 살고 싶다. 성형보다는 내면의 성장을 향한 노력에 집중하여,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루어가야겠다. 나의 가치는 내면에 있으며, 그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찾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