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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림 Apr 02. 2024

넌 그러니? 난 이런데!  08

가족이라는 숙제

15. 청개구리의 효도     



엄마: 네 동생이 나한테 존경한대.


딸램: 걔가 왜 갑자기 철이 들었지?


엄마: 심지어 나 같은 여자랑 결혼하겠대.


딸램: 뭔 바람이야?


엄마: 할아버지댁에 다녀오는데, 엄마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봐.


딸램: 할아버지가 또 힘들게 했어?


엄마: 늘 그렇지. 


딸램: 우리 세대에 엄마 같은 여자가 어디 있겠어?


엄마: 문제가 바로 그거야. 그런 여자가 있어도 걔는 제 부모를 생각하고 제 부모한테 효도해야지. 그리고 자기가 엄마한테 효도해야겠다고 생각은 못 하고, 엄마 같은 여자랑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딸램: 그래서 그렇게 말했어?


엄마: 응. 그랬더니 자기가 잘하는 건 기본이래.


딸램: 그 말 듣고 좋았어?


엄마: 아니. 걔가 나중에 나처럼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니 그건 더 끔찍했어. 그래서 우리는 만나지 말고 화상대화나 가끔 하자고 했어.



딸램: 왜?


엄마: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나 사실 너무 힘들어. 그래서 내가 힘든 이 일을 너희한테는 바라지 않아.


딸램: 할아버지 병이 유별나서 그런 거지. 엄마가 우릴 힘들게 할 것도 아니고.


엄마: 내가 어쩔지는 알 수 없지. 우리가 어떻게 늙고, 어떤 병이 올지 누가 알겠니?


딸램: 엄마는 절대 안 그럴 거야. 내가 나중에 효도 많이 할 거니까, 건강관리나 잘해.


엄마: 효도하지 말라니까, 너네 힘들다고!


딸램: 싫어.


엄마: 보자보자 하니까, 별걸 다 말 안 듣네.


딸램: 나 청개구리인 거 이제 알았어?




16. 감정적이라 문제     



딸램: 엄마도 산후우울증이 있었어?


엄마: 난 그럴 겨를이 없었어.


딸램: 바빴어?


엄마: 아니 산후에는 늘 투쟁심에 고무되었었거든.


딸램: 그때도 우리나라에 뭔 일이 있었어?


엄마: 그게 아니라 애를 낳고 누워있어도 네 아빠가 술 먹고 병원에 새벽에 와서 하도 술냄새를 풍기며 코 골고 자는 바람에 우울증은커녕 미치는 줄 알았어.


딸램: 쟤 낳고는 죽을 뻔했다며?


엄마: 그래. 의료사고로 피를 쏟아서 죽다 살아났지.


딸램: 아빠가 그런데도 그랬어?


엄마: 에휴- 아들 낳았다고 사방에 전화질하다가 나가서 술을 왕창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지. 할머니는 널 돌봐야했고, 아빠가 날 돌봐야했는데, 의사는 산모가 피를 너무 쏟아 위험한 상황이라서 보호자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 된다는데도….



딸램: 미쳤다!


엄마: 할머니가 남자는 애 낳으면 철든다. 둘 낳으면 철든다. 40이 넘으면 철든다 했는데… 다 거짓말이더라.


딸램: 공감 능력 제로, 배려심 제로네.


엄마: 공감 능력? 배려심? 천만에. 이건 그냥 인간이 아닌 거야.


딸램: 그럼 난? 우리 아빠가 인간 아니면 난?


엄마: 넌 뭘 감정적인 얘기에 생물학적으로 반응하냐?


딸램: 엄마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논리적인 사람이잖아.


엄마: 야, 감정적이니까 네 아빠랑 결혼했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으면 그 결혼을 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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