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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훤림 Apr 09. 2024

넌 그러니? 난 이런데!  12

소원을 빈다는 것

23. 신에게 비는 일




딸램: 엄마, 이번 테스트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해줘.


엄마: 네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잘 보겠지.


딸램: 열심히 했어. 그래도 이번 테스트 영역이 내가 좀 약하단 말이야.



엄마: 약한 부분이면 더 열심히 했어야지. 


딸램: 그래도 불안해서 그러는 거지.


엄마: 불안하지 않을 정도로 하지 그랬어. 원래 공부는 무식하게 하는 거야. 공부는 절대 효율적으로 하는 게 아니야.


딸램: 이럴 때 엄마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거 알지?


엄마: 기도 백날 해봐. 이런 건 신도 도움 안 줘. 



딸램: 왜?


엄마: 너 잘 되게 해주면 다른 애들한테는 공평하지 않잖아. 신이 불공평하면 그게 어디 신이겠어?


딸램: 살아보니까 인생이 하나도 안 공평하더라.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애도 많고,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애들도 있고.


엄마: 그러니 시험이라도 공평하게 보렴. 신한테 그런 쓸데없는 데에 개입해달라고 하지 말고. 너 같은 애들이 성가시게 하니까, 신이 정작 중요한 일에 안 나서잖아.


딸램: 어떤 중요한 일?


엄마: 집단 학살 같은 거.


딸램: 그러네. 다 그냥 구경하고 있어.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도 이스라엘 편드는 인간들이 산더미야. 유대인들 힘이 정말 센 것 같아.


엄마: 그래도 의사나 의대생들이면 이런 문제에 팔레스타인 편 좀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애도 여자도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인종청소를 하는 것 같은데….


딸램: 내가 나서라고? 시위라도 조직해?



엄마: 그런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넌 네 일이나 똑바로 해. 할 일을 잊은 신은 놔두고.


딸램: 열 받은 대상이 이스라엘이야, 신이야?


엄마: 가장 열 받는 건 그들이 같은 신을 믿으면서 싸운다는 사실이야.


딸램: 정말?


엄마: 원래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거야. 


딸램: 몰랐어. 


엄마: 그 신이 수천 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인류가 서로를 학살하는 걸 구경만 했는데, 그런 신에게 넌 뭘 바라니?


딸램: 닥치고 공부나 하라 이거지?


엄마: 기도할 시간에 공부나 하는 게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거라는 데에 500원 걸지.




24. 달에게 비는 소원     



엄마: 추석 보름달이 크고 예쁘다. 자, 우리 달 보고 소원을 빌어보자.


딸램: 무슨… 소원?


엄마: 이를테면 ‘가고 싶은 학교에 딱 붙게 해주세요.’ 라든지….


딸램: 그럴 시간에 공부 한 글자라도 더 하라더니…?



엄마: 정우성하고 사랑에 빠지게 해달라던지….


딸램: 정우성 불쌍해서 살 정도는 좀 빼고 비는 게….



엄마: 그럼 그냥 복권 당첨이라도….


딸램: 그 소원 비는 사람이 어디 한, 두 명이겠어?


엄마: 어차피 달님도 이게 형식적인 추석 행사라는 걸 다 알고 있어서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거야.


딸램: 그래도 성가시고 어처구니가 없긴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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