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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Oct 04. 2022

무라타 사야카, '편의점 인간'

소속되지 못한 사람들이 소속되는 공간, 편의점

후루쿠라는 감정이,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 공원에 죽어있던 새를 보며 남들은 불쌍해하고, 묻어주자고 이야기할 때 '이거 먹자'라고 말하는 아이였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알기에 후루쿠라는 정상적인 사람을 연기했다. 정상성을 연기하던 후루쿠라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18년째 그 일을 하고 있다.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편의점에서 후루쿠라는 그 규칙을 따르며 정상성에 편입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라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써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편의점 인간이 된 지 18년이 되는 해에 후루쿠라의 삶에 조금의 변화가 찾아온다. 변화는 편의점에 새로 온 아르바이트생 시라하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시라하는 후루쿠라처럼 사회에 잘 소속된, 정상성에 속한 사람은 아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른 중반의 남자, 제대로 된 연애도 해 본 적 없고 돈도 없다. 시라하가 후쿠루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후루쿠라는 정상성에 속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시큰둥한 편이지만 시라하는 불만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둘은 모두 사회가 그어 놓은 정상성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후루쿠라는 그걸 개의치 않아하고, 시라하는 포함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사람이다.


불만이 가득한 시라하는 편의점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 종종 그런 시라하에게 잔소리를 하는 다른 직원들의 삶을 비하하고, 세상은 힘세고 능력 있는 남자와 예쁜 여자가 모든 것을 취하는 석기시대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그는 편의점 단골손님 중 한 명을 스토킹 하다 해고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라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면서 그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로만 가득 찬 사람, 그렇게 세상의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는 사람이다.


후루쿠라는 우연히 편의점을 그만둔 뒤 후루쿠라를 보게 되고 세상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시라하의 모습을 본다. 보통 사람 같으면 세상을 비난하고, 눈앞의 자신도 깎아내리는 시라하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겠지만 감정이 무딘 후루쿠라에게는 그저 시라하가 정상성에 소속되고 싶지만 소속되지 못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다. 또 마침 친구들이 왜 후루쿠라는 결혼을 안 하는지, 왜 편의점 아르바이트만을 하는지 물을 때 대답할 거리가 없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후루쿠라는 독특한 제안을 한다. 결혼하지 않고 제대로 된 직업이 없이 살아가는 둘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싫다면 서류상으로나마 결혼을 하자고 이야기한다. 처음에 탐탁지 않아하던 시라하도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후루쿠라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그렇게 둘은 마치 계약을 하듯 서로를 사회가 그어놓은 정상성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었다. 일단 결혼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자 사람들은 직업을 가지고 둘을 제단하기 시작했다. 시라하는 무직이었고,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번듯한 회사를 다니지 않는 둘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것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후루쿠라야 그런 일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시라하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라하가 일을 할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그는 후루쿠라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하고, 제대로 된 회사에 구직을 하게 만든다. 시라하가 지원하고 후루쿠라가 가서 면접을 본다. 그렇게 또 다른 정상성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살아가던 중 후루쿠라는 면접을 가던 길에 어느 편의점에 들른다. 거기서 그곳이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공간인듯한 느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하나 보이는 느낌, 익숙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후루쿠라는 편의점으로 돌아가고 시라하도 그녀를 떠난다.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난다.



이 소설에서 편의점이란 무엇인가?


편의점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불순물처럼 대해지던 후루쿠라가 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공간이었다. 편의점 바깥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부터 사회생활, 결혼, 취업, 그 외 모든 조건에서 사회가 그어놓은 정상의 범주 안에 후루쿠라는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아주 기본적인 것만을 요구하며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그게 편의점이다.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순간 비로소 '태어났다'라고 말했다. 물론 후쿠루라라는 인간은 그전에 태어났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은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사회 안에 우리를 맞이해 줄 사람들, 내가 있어도 좋은 공간이 있어야 진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후루쿠라는 편의점에서 비로소 사람으로 태어났다.


우리는 모두 사회가 그어놓은 정상성 안에 잘 들어가 있을까? 그런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상성을 획득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해진 나이에 괜찮은 대학을 가는 일, 사회가 인정해주는 짝을 만나서 사랑하고, 또 정해진 때가 되면 그럴싸한 회사에 취업을 하고, 그런 모든 일이 사실 그리 쉽지 않다. 몇 가지 일에서는 성공하더라도 또 몇 가지 일에서는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도 편의점이 필요하다. 주류에서 벗어나더라도 그곳 안에서는 정상이라는 범주의 압박을 느끼지 않고 소속될 수 있는 공간, 그 일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반복하며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 우리에게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를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닌 한, 우리에겐 편의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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