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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Sep 10. 2022

파울로 코엘료, '다섯번째 산'

끝없는 시련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파울로 코엘료의 책에는 역사와 종교적인 이야기가 깊게 담겨 있다. 대표작인 연금술사에서도 그렇고, 이 책 '다섯번째 산'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성서 속 이야기나 페니키아, 아시리아의 역사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조금 더 깊이 있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기에, 나는 그저 하나의 이야기로서 이 책을 읽었다.


주인공 엘리야는 신의 음성을 듣는 이스라엘의 예언자다. 종종 천사의 음성을 듣고, 신의 대리인의 음성을 듣는다. 하지만 신의 음성이라는 걸 전하게 되면 정치에 관여하게 되고 그게 엘리야를 힘든 삶으로 이끌 거라고 생각하는 부모님은 엘리야에게 들은 것을 잊으라 한다. 그렇게 못 들은 척도 하고, 시간이 지나 음성도 희미해지던 어느 날 엘리야는 조금 분명한 계시를 접하게 되었다. 그 일을 왕에게 전한 뒤 그의 인생에 시련이 시작된다. 왕의 옆에는 다른 종교를 믿는 왕비가 있었고, 왕은 엘리야가 아닌 왕비의 말을 믿어 예언자들을 모두 죽인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엘리야는 길을 떠난다.


그렇게 이스라엘을 떠나 아크바르에 도착한 엘리야는 거기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그 도시에서 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엘리야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아시리아가 아크바르를 공격하게 되는데 엘리야는 신에게 수없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묻는다. 그러나 신은 엘리야를 도와주지 않는다. 아시리아의 공격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가 사랑하던 여인도 죽는다. 엘리야는 왜 이런 시련을 자신에게 주는지 신에게 묻고, 절규한다.


엘리야가 모든 것을 포기할 때쯤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지금껏 그가 운명에 순응하려고만 했을 뿐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실, 수없이 밀려드는 시련을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을 뿐 그는 한 번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그는 처음으로 저항한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신에게 묻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엘리야는 신과 대결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신을 믿는 사람들도, 믿지 않는 사람들도 끝없는 시련을 마주하게 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신이 있다면 왜 인간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일까?' 이 책은 그 물음에 대답한다. 다소 뻔한 대답이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모든 시련의 끝에는 교훈이 있다고.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시련이 얼마나 크든, 얼마나 길게 이어지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아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누가 그걸 모르냐고 대답할 수도 있다. 알지만 너무나 힘들기에 그걸 견디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끝까지 하는 것뿐이기에 다소 식상한 답일지라도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다. 파울로 코엘료는 우리에게 그 답이 식상해 보일지라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한 번 더 일깨워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엘리야는 온갖 시련 끝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마침내 인생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인생을 그대로 살아내기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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