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 어떤 선택은 그 사람이 바라는 삶,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변화와 안정 사이의 선택', 혹은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처음 나온 이후 수많은 변화를 겪는다. 어린 시절 우리 삶은 변화로 가득하다. 매일 새로운 일을 겪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작년의 삶과 올해의 삶이 다르다. 세상은 새로운 것들, 달라지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런 시절을 지나서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우리 삶의 변화는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세상은 알고 있는 것들로 채워지고, 편한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하루의 일상이 비슷해진다. 어른이 되고, 사회에 나가서 같은 사람들,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 삶에 가득하던 변화는 서서히 안정이라는 가치에 자리는 내어준다.
삶은 그렇게 변화에서 안정을 향해 나아간다. 대개는 그렇다. 그런데 삶의 어느 순간에 우리는 안정을 향해 자연스럽게 나아가던 인생을 흔들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그 선택이 사람일 수도 있고 일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만나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나와는 다른 누군가와 일상을 함께하기로 약속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안정적인 일을 놓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일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은 안정을 찾아가던 우리 삶을 뒤흔들고 변화와 불안정, 불확실한 미래로 우리를 이끈다.
선택의 순간에 변화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면 누군가는 그 선택을 걱정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잘 된 일이라고 축하해주기도 한다. 안정이라는 건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찾아드는 가치이기 때문에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안정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변화는 곧 불안정이기에 좋지 않은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전이라는 선택은 그 순간에는 좋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선택이다. 미래가 확실하다면 선택의 순간에 좋고 나쁨이 결정될 것이다. 물론 그런 선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도전은 변화와 안정을 결정할 뿐이다. 미래에 그 도전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을지, 실패한 선택으로 평가받을지는 미래의 삶이 결정한다. 선택의 성공과 실패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돌이켜봤을 때에야 비로소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도전에 대해 축하한다는 말도, 격정 된다는 말도 사실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말을 없앨 필요는 없다. 그저 축하는 그의 미래에 대한 축복으로, 걱정은 그를 아끼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선택이라는 건 그저 인생에 놓이는 수수께끼 상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훗날 열쇠를 받아서 열어봤을 때에야 그 상자에 들었던 게 O였는지, X였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변화와 안정 사이에서, 도전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이 수수께끼 상자로 가득하길 바라는 사람들일 뿐이다. 어릴 때 우리가 수없이 열어 왔던 수수께끼 상자가 어른이 되었어도 가득하길 바라는 것뿐이다. 그중 어떤 상자가 X가 쓰여 있었다고 밝혀질지라도 상관없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뿐인 인생이 수수께끼 상자로 가득하면 될 뿐이다. 선물상자를 열어볼 때 두근거렸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가득 찬 삶, 그게 도전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