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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Nov 26. 2020

나무를 좋아하세요?

자연과 연결되는 법

서른이 넘어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군생활이 답답할 때면 창문 밖을 자주 쳐다보곤 했습니다. 문득 말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산이 제 마음속에 묵직하게 다가온 경험을 한 이후 부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초록과 나무들이 자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군 복무 중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는 외로움이라기엔 그 이상으로 조용한 나무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정이 가더라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자연의 폭넓은 스펙트럼 중 우리가 맨 처음 매력을 느꼈던 아주 작은 부분, 그것이 새인지 타조인지 아니면 모래의 빛깔인지는 당신밖에 모르지만, 그 작은 부분은 또 다른 부분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연결고리를 타고 다른 부분들까지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가장 친한 친구의 친구가 결국 내 친구가 되고, 연인이나 연적이 되기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리스탄 굴리,『자연과 연결되는 법』, 프런티어, 2016)


오래전부터 반려식물이라는 개념으로 집안에 나무들을 가꾸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기 좋고 공기 정화를 시켜주는 효과로 집 안을 나무들로 꾸미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만 나무들을 대하기엔 나무 자체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더 큰 듯합니다.『자연과 연결되는 법』을 쓴 트리스탄 굴리는 우리가 사소한 계기로라도 자연과 진정으로 연결되면 삶 자체가 풍요로워진다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고유의 복잡한 연결망 안에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숲에 간다'는 것과 '나무를 관찰한다'는 것은 좀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관찰은 걸으며 지나치는 게 아니라 주의를 기울여 변화를 지켜보고, 만져보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는 것이에요. 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고 대상을 알아가는 것이죠. 그래서 관찰은 관심의 표현이자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한수정, 『하루 5분의 초록』, 자기만의 방, 2018)


나무에 문외한이었던 저는 점차 집 주변의 이팝나무, 참나무, 양버즘나무 등등 평소 자주 보던 나무들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카메라로 잎을 가까이에서 찍어 사진으로 검색해도 그게 무슨 나무인지 알려주더라고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가 보이기는 해도 가끔씩은 어린아이처럼 저도 모르게 나무줄기와 잎을 만져보거나 열매를 주워 손에 굴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나무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가진 '너'와 '나'의 관계로 다가올 무렵 집 안에 처음으로 나무를 키워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 키워보는 나무인 만큼 생명력이 질기다는 대형(?) 뱅갈 고무나무를 들여왔을 때의 걱정하던 아내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한 번의 이사와 네 계절을 보냈지만, 다행히 나무는 아직까지 건강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는 용기를 내어 나무에게 친구를 하나 더 만들어줄까 합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생명력이 굉장히 강한 녀석으로요.



물과 흙, 햇빛, 바람과 같이 나무가 자라는데 꼭 필요한 환경을 잘 유지시키는 일도 필요하지만, 가지치기, 분갈이, 벌레 관리에 대해 공부하며 관리해주는 과정에서 조금씩 나무에 대해 더 알아갑니다. 삽목한 두 그루의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이를 키울 때와 같이 정성을 쏟기도 하고 나무의 수형을 이쁘게 잡아주기 위해 욕심을 부려보다가도 나무가 건강하게만 자라면 그만이지 않을까 갈등하며 나무와 말 없는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나무가 저에게 물을 때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돌이켜보면 나무를 통해 제가 가꾸고 있었던 건 제 마음속에 자연과 친해지려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자연을 가까이 두고 즐기는 사람인가요? 5분이 짧은 분들도 있겠지만, 1분도 충분하신 분들도 많을듯 합니다. 출퇴근길이나 집, 회사 주변의 나무를 들여다보고 초록을 통해 단조로운 일상에 시들해진 감각을 깨워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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