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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Dec 14. 2020

혼자라고 느끼는 당신에게

잃어버린 친밀감을 회복하기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은 주로 어디에서 올까요? 부나 명예, 권력과 같은 배경이라는 대답도 현실적으로 틀린 대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친밀한 인간관계라는 대답에 대해서 부정하실 수 있는 분은 없으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마음 통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편하고 자연스러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가족이나 친구,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에 있나요? 꼭 다른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는 얼마나 친밀한가요?


COVID-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육박하는 근래,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누군가는 자의든 타의든 격리되어 오랜 시간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만 봐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강화되고 연말 모임도 대부분 취소되면서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끼기 십상입니다. 혹자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쓰기까지 하는 작금에 우리는 어떻게 잃어가는 친밀감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친밀한 느낌은 매우 치료적이다.


 정신분석가이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친밀함 』의 저자인 이무석 박사는 친밀함(intimacy)이란 서로 통하는 느낌(connect), 살피고 도움(care), 그리고 나눔(share)의 3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혼자서 보다는 누군가와 만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고받을 때 생기는 것이 친밀함입니다. 남을 알아가거나 남에게 나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친밀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들 개개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나 문자 등의 수단을 동원해 안부 인사라도 전해봐야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Tate.org.uk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있는 저도 친밀감을 하나 보태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마치 바둑판을 연상하게 하는 이 작품은 Agnes Martin의 <Friendship>이라는 작품인데요, 대표작들 상당수를 이와 같이 격자무늬나 줄무늬로 표현한 작가는 환각이나 강박 증상이 심해 조현병 진단을 받고 평생을 상담과 약물치료, 심지어는 전기경련 치료를 받으며 투병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예술 작업에 생기는 제한들과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작가는 격자라는 형식을 통해 비교적 일관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로 선불교(Zen Buddhism)나 미니멀리즘으로 표현되는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가로, 세로 2m에 육박하는 대형 캔버스에 석고를 바르고 잘게 나뉜 격자 위를 금박으로 씌운 이 작품을 보면 그녀가 생각했던 우정(friendship)이 무엇이었을지 여러분들은 느껴지는 바가 있으신가요? 


이미지 출처 : pinterest.co.kr


금박이란 재료에 먼저 눈길이 가기도 하지만, 격자라는 반복되는 패턴을 보다 보면 무수히 많은 시간이나 경험들이 쌓여 인생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중 지금은 유효하지 않은 우정이나 사랑, 혹은 누군가와 친밀했던 경험이 있더라도, 지금은 쓸모없으니 의미 없던 게 아니라 나를 이루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었구나 싶습니다. 지나간 인연들은 그렇게 다음 만남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어주고, 다양한 층위의 경험들은 우리 인생의 폭과 너비를 넓혀줍니다.


이 길고 긴 코로나 시국에서 여러분은 어떠한 경험을 쌓고 있으신가요? 그 내용이야 달라도 누구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 확실한 만큼,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 더 나누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p.s. 혹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친밀함이 결여된 채 외로운 상태로 고통받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의 보살핌이 부족했거나 학창 시절 심한 따돌림을 경험하거나 소중했던 사람을 잃고 고독하게 지내시는 분에게 누군가와 만나고 친밀함을 회복하라는 조언은 또 하나의 폭력으로 들리실 수도 있습니다. 

식사하거나 씻고 잠을 자는 등 누구나 영위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일상생활이나 학업, 일을 하는 데까지 영향이 미쳐 괴로우신 분들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정신과 진료나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가와 만나 상담을 받으시길 권유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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