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인생 일력'데일리 명언 에세이 22 -2021년 1월 22일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학문이 아니고서는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이이 <격몽요결>
질리도록 공부하였다
사람이 되기 위해, 인간의 도리를 깨우치기 위해서 그때의 성인들은 학문을 닦아 사람이 되기를 가르쳤다. 현재는 그 어떤 시대보다 공교육 기관의 규모가 커져있고, 특히 한국에서의 교육에 대한 열의와 관심은 말해봤자 입이 아플 정도.(언뜻 오마바 대통령이 재임 시절, 한국의 교육을 칭찬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16세기 조선에서도 가히 강조하였던 학문의 정진, 몇 백 년 뒤 21세기를 사는 배운 공부의 양과 시간, 그리고 쏟아부은 돈을 생각하면 모두 다 사람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 것 같은데..? 여전히 뉴스에는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사람들의 부도덕한 사건과 범죄가 쏟아져 나온다.
요즘 애들 지식수준?
가끔 심심할 때 sns 랜덤으로 올라오는 피드를 구경하는데, 최근 희한하게(?) 본 게시글이 있었다. 입사 두 달 차의 직원의 지식수준이라며, 대학 4년 차 나온 신입직원의 분수와 % 개념을 아예 이해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학생 때 수포자(수학 포기자)였던 나에게 분수와 % 개념 정도를 모를 정도는 아니지만, 사실 지식수준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혜와 비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수학을 기초를 모르지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도덕성, 그리고 삶을 단단히 구성해나가는 지혜를 갖춰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육은 인간이 되기 위한 수련의 과정이 아닌 수단으로써 유년의 많은 시간을 쏟아내게 하였다.
단순히 기초학력이 낮아졌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뜨거운 논란이 되었던 그 게시글을 보고 흥미로운 마음에 구글에 '요즘 애들 지식(학력) 수준'을 검색해보니 중고등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의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낮아졌다는 수치들과 (특히 수학은 2016년에 비해 2019년은 2배 가까이 미달 학생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공교육의 붕괴하고 있음을 염려하는 기사들과 네티즌들의 의견과 염려가 쏟아져 나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기초학력 진단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학생들 간의 학력 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촉발된 학력의 격차는 단순히 기초학력이 낮아진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라 염려된다. 전 국민의 배움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존재하는 공교육 제도가 격변하는 시대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점점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장문의 글을 소비할 고객층 있을까?
학문을 닦는 것, 교육을 받는 것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다. 인간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일 것이다. 현재 팬데믹 사태는 한 공간에서 다수와 직접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지식과 사회성을 함양할 기회를 잃게 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통신매체의 발달은 우리에게 수평적이고, 대중적으로 무수히 많은 양의 정보와 지식을 접근하고 소유할 수도록 하였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유튜브를 검색하는 것이 더 빠른 지식 습득이 용이한 시대가 온 것이다. 이렇게 정보검색이 빠르고 쉽다면 굳이 지식을 내가 습득하기보다는 그때마다 필요한 지식을 찾아서 소비하는 것이 더 편리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정보의 규모는 방대하게 커지고, 소비 방식은 편리해지면서 장문의 글을 읽는 행위, 하나의 사건을 오래도록 면밀하게 관찰하고 사유하는 행위는 점점 얇아지고 납작해질 것이다.
'희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피다'
'얼굴에 피가나다. 그래서 다쳤다? 얼굴이 피다?
단순히 기초학력이 낮아져서, 이제는 종이책이 낡고 고루한 매체가 된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단지 몇십 년 전만 해도 종이 신문의 반 이상은 한문으로 되어있던 것처럼, 이제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의 방식, 자주 사용하는 언어와 사용하지 않은 언어와 단어들이 구어가 되고 퇴화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이 과연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수백수천 년간 쌓아온 학문과 지식들이 단 한 세기가 안 되는 시간 안에 빠르게 변화, 변종하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이이가 사람이 되기 위해 학문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나가자라는 뜻일 것이다. 가치 있는 사람, 세상에 해가 되는 사람이 아닌 존재함이 타인에게 이롭고 자신의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는 것, 즉 적어도 그 정보를 받아들이지 말지에 대한 판단과 분별하는 사고능력, 이 지식을 습득하고 문제가 있을 때 적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응용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함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요구하는 인간의 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다움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같은 길로 수많은 사람이 걸어왔을 것이다. 그 길은 사라지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