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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Oct 10. 2021

인생사용설명서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24 2021년 1월 24~25일

인생 백 년이 당돌한지라 방종하지 않았고, 
오동나무에 명월이요 버드나무에 청풍 같았다. 

-홍가신 <자명>


지팡이로 땅을 더듬어서 길을 찾아
어둠 속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양웅 <법언>


인생 사용설명서

오늘은 일요일(1.24)의 문장과 월요일의 문장을 함께 본다. 

사실 한 달이 좀 안되게 민음사 <인생일력>의 문장을 보고 글을 쓰고 있기는 한데 주제가 동양고전으로 한정되어있다 보니, 나의 비루한 글쓰기 실력과 상상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거기다가 정신없이 흘려 써놓은 것을 브런치라는 공개 sns에 올리려고 하다 보니 (물론 다듬는다고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지는 않으나) 문장을 옮기고 다듬다 보니 자신만만하게 일력을 집어 들면서 다짐했던 지난해 연말쯤의 나라는 사람이 참 세상을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었구나 라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한 문장을 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차라리 문장이 없이 자유롭게 쓴다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타자를 두드렸을지도 모르겠는데, 한 문장을 마주할 때마다 오늘의 문장 주인의 일대기와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검색해봐야지, 이 문장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아차릴 수가 있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나의 글을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 따라갈 수가 없다. 나는 동양의 사상이나 문학을 지금까지 심도 있게 고민하거나 공부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가장 점수가 낮았던 것이 동양미술사, 동양사 등등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해 하루의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나로서 이 챌린지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 

또 내가 이것을 쓰면서 난감해하고 있는 한 가지를 고백하자면 주로 이 동양고전에는 우리 삶에 교훈을 주는 조상들의 사유가 담겨있는 데, 자칫하다가는 매번 올바르게 혹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많이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핑계 겸 자기 고백의 시간으로 글을 옮겨 적는 것은 오늘의 글처럼 비슷한 생각이 든 글은 묶어서 작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문장을 묶고 하나의 글을 쓰는 시간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나의 글이 더 다듬어지거나 정교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시간 싸움이고, 아직 내 옆에는 읽어야 할 책들과 밀려있는 과업들이 쌓이다 못해 벽이 되었다. 그렇다. 욕심을 전부 충족하고 실천하기에는 인생 백 년이 참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사상가들은 나의 인생사용설명서를 더욱 견고하게 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나의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5명도 되지 않은 구독자와 라이킷과 상관없이 내가 하나의 글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양의 글들을 쓴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글이라는 것이 어떤 목적과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완성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며, 이 챌린지 글들은 기고나 출간 목적이 아닌 글쓰기 연습을 위한 캐주얼하게 쓰고 있기 때문에 평소 내가 쓰는 글들보다 완성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비루한 글들이라도 완성을 하기 위한 나의 여정이 소모적이지도 않으며, 의미 없는 글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선대의 사상가들의 문언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두운 길도 더듬어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지팡이가 바로 나의 인생사용설명서이다.

비록 우리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길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내가 내일 죽을 수도 혹은 로또에 당첨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 깜깜한 미래의 길을 더듬어 짚어가며 그저 걷는 것이 인생이고, 그 어둠의 길에 횃불까지는 아니어도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의지가 돼주는 지팡이가 인생사용설명서가 될 것이다. 그 지팡이를 어떻게 만들까. 어떤 사람은 오동나무로 만들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소나무로 만들 것이며, 또 다른 사람은 단단한 쇠로 만들지도 모른다. 선택은 자신의 몫일뿐 우리는 그저 나아가는 것이다. 홍가신의 말처럼 인생 백 년은 당돌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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