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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Nov 09. 2022

매화와 달밤

믿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26


종이 위에 붓 휘두르니 묵색 산뜻한데 
매화 몇 점 그려 놓으니 참으로 즐겁도다. 
하늬바람 빌려 멀리멀리 날려서 
집집마다 거리마다 봄 활짝 피게 하고파라

-이방응 <매화를 그리노라>



오늘은 문장은 참 좋다. 이방응이 매화를 그리듯, 나 역시 그의 문장을 읽고 잠시 이 겨울에 봄에게 찾아갔다.


매화와 달밤을 즐겼던 봄 여행이여.

일상과 집을 떠나 낯선 장소를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는 '여행'이라는 행위가 주는 감동과 설레임은 시간이 지나도 그 결이 기억에 남아있다. 오늘의 글은 매화와 달밤을 만났던 16년도의 교토여행 사진으로 대신한다. 

2016, 니죠성의 매화들, 밤의 매화는 볼 수 없었지만 사색하기 충분했던 시간들었다.

2016,  기요미즈데라 주변의 작은 골목골목을 달빛과 가로등에 의지해 산책했던 산넨자카와와 니넨자카 골목들...관광객들로 붐비는 낮보다 고요한 밤거리를 걷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한국천문연구원 박영식 책임연구원이 촬영한 개기월식 사진. 달에 가려지기 직전 천왕성이 달 뒤에 있다./한국천문연구원 페이스북 제공

2022년 11월 8일, 밤이 길어진 퇴근시간에 달과 지구의 그림자가 만나는 개기월식이 시작되었다. 환하고 둥근 하얀 매화색의 달이 조금씩 가려지고, 붉은 매화색으로 변한 달 뒤로 작은 빛 하나가 숨어들어간다. 이 날은 저녁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과 지구 그림자에 가려진 달이 다시 천왕성을 가리는 '천왕성 엄폐' 현상이 동시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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