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정말 공부하나 만 빼주면 이렇게 멋있었던 거야?
일 년 중 완벽하게 바쁜 체육대회가 무사히 잘 끝났다.
하늘이 너무 맑게 이뻤고, 학생들은 또 왜 이렇게 상큼한지..
공부 안 하는 날이면 다들 표정들이 살아나서 청소년 본연의 상큼함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데... 이 아이들이 내가 평상시에 보던 아이들이 맞나 싶게 빛이 나도록 이뻤다.
나도 나름 중무장을 했는데.. 학생들처럼 상큼함은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계속 어렵지 싶다)
"내가 이 구역의 의료진이오!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나를 찾으시오!"
라며 온몸으로 의료인력임을
맘 껏 뽐냈다.
작년에는 개회식 전부터 공황장애 학생과 우울증 학생이 이미 보건실을 장악해서
성화봉송도, 개회식도 전혀 보지 못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마음이 아픈 학생들이 보건샘을 위해 주는 건지 조금 늦게 활동을 시작하여
개회식과 성화봉송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개회식 끝나자마자 일제히 활동을 시작하여 체육대회가 거의 끝날 때까지 보건실에서 쉬었지만..
너희들이 마음이 편하다면 오늘은 보건실에서 편히 쉬어라)
드디어 체육대회의 꽃 계주가 시작되었다.
고등학생들이라 쭉쭉 달리기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어디 선생님 계주대회는 없나... 내심 기대하고 있었지만
선생님 VS학부모 줄다리기 대회만 있을 뿐 계주는 없었다. (까비..)
뭐 설령 선생님 계주대회가 있었더라도
가장 부상자가 많이 속출하는 계주에서 보건샘이 치료는 안 하고 뛰고 있다면
민원전화가 계주 속도만큼 불이 나게 울려댔을 것이므로 아쉬움을 살짝 눌러본다.
보건샘 또 러닝 쫌 한다규~~ 나도 뛰고 싶다규~~
경기들이 거의 마무리가 되고
점심도 안 먹고 춤을 추던 대망의 댄스팀 공연이 시작되었다.
춤실력을 보니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다던 학생의 말이 꾀병이 아니었단 걸 한 번에 알았다.
걸그룹 보이그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파워풀한 춤실력이 정말 놀라웠다.
학생들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게 춤을 추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보건실 초초초 단골 남학생 성훈이(가명)가 아닌가??
와우!!
"너 보건실 완전 단골인 거 알지?" 가끔 핀잔을 주기도 했는데
춤추는 거 보니까 여기저기 아플 만도 하다.
잔소리 그만하고 치료 잘해줘야겠다는 약간의 반성도 해본다.
춤사위가 예사롭지 않다.
걱정했던 체육대회가 무사히 끝난 후
비록 나는 하루종일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서
디스크가 눌린 탓에 밤새 좌골신경통에 시달렸지만
맑은 날, 맑은 얼굴들의, 맑고 밝은 웃음들을 보니
나도 같이 상큼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