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이맘때쯤. 간혹 우리들 간의 거리가 꽤나 멀어져 버렸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슬며시 떠오른다. 20살의 나는 번화가 커피집 2층 창가 자리에 앉아있길 즐겨했다. 알코올이 뭐길래. 버스에서. 건넛편에서. 지하에서. 술 마실 인간을 순풍순풍 잘도 생산해낸다. 출발한 곳은 달라도 향하는 곳은 같다. 쿵짝쿵짝. 둥둥둥둥. 마셔라 마셔라. 눈이 돈다. 분위기에 취한건지 내 앞자리 분홍과 붉음사이 입술 색에 취한건지. 코를 찌르는 화장품 냄새에 적셔진건지. 시선 끝 폐지 모으는 할머니가 나타났다. 자기 몸집보다 세배는 커 보이는 수레 가득한 종이 짐을 끈다. 얼핏 보아도 수십이 넘는 사람들 틈에 제대로 동여매지 않았는지 수레 위 공든 종이탑이 무너졌다. 아무도 움직임의 기척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느끼지 않고 보지 않는다. 노인은 폐지를 줍는다. 도움을 받지 않는다. 받을 생각도 없다. 종이 줍는다. 사람들은 그저 당연한 거리의 배경인 마냥 노인에게 주는 눈길 하나 없다. 종이를 쌓는다.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는다. 꽁초가 길거리를 더욱 하얗게 물들이는 동안 노인은 한참이고 홀로 종이를 주웠다. 질끈 자기 손목만 한 검정 고무 끈을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며 동여맨다. 시리다. 시려. 더이상 서로를 붙잡기 버거워질 때. 그때 우리가 너무 멀어졌음을 알아차리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