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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 Oct 30. 2022

이름

 믿거나 말거나인데요.

2013 선명한 꿈을 꾸었습니다. 스무 평이 조금 넘을  그다지 크지 않은 집이었습니다. 13년도의  얼굴과는 많이 달라진 오히려 지금  모습과 비슷한 마흔  정도의 얼굴을  내가 편안한 트레이닝 복을 입은 채, 거실 한편 선반에 있던 차키를 주섬주섬 챙겨들며 나갈 채비를 합니다. 어떤 여성의 다급하면서도 힘찬 목소리가 들립니다.


-선이 아빠 선이랑 먼저 내려가 있어.

 

나는 내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 않습니다.


-알겠어 천천히 내려와.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녀의 말대로  아이를 한쪽 팔로 번쩍 안아 들고 아이의 자그마한 운동화를 챙겨 현관을 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지상을 향해가는 동안 아이를 자세히 보았습니다.

미묘하게도 말입니다. 어디선가 본 듯 한 얼굴입니다.  사내아이가 재잘거립니다.


-아빠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놀다가..


포동포동한 팔뚝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온갖 손짓을 섞어 일상을 말하는 아이는 내 품이 당연한 듯

편안히 안겨 법석을 떱니다.


-선아 아빠랑 오늘 재밌게 놀까?


아이는 때 묻지 않은 환한 얼굴로 답해줍니다.


 그리곤 꿈에서 깨버렸습니다.

 

 이름은 이선이 아닙니다.  이름은 꿈에서 전해온 어떤 아이 이름입니다.

이름을 빌린 셈입니다. 내가 세상에 발을 내딛으며 나를 말하고 표현하는 곳에는 난 언제나 이선이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난 이 이름을 가지고 쪽팔리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존재 여부조차 희미한 미래에서 가져온 빚입니다. 언젠가 그 아이를 실제로 만나 마주 앉는 날이 온다면, 너의 이름을 빌려 난 한치의 부끄럼도 없이 살았다 말하려 합니다. 그 이름이 아이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도록 나는 오늘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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