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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 Oct 30. 2022

미움

 우리는 사랑을 먼저 배웁니다. 그리고 나서야 미움을 배웁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뒤늦게 배운 미움을 더 능숙히 하는 듯 합니다. 

 

 집단을 세분화하고 나의 영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생존 본능일까요? 

아니면 그저 사랑보다 미움이 더 쉽기 때문일까요. 

 

 지금 나를 지탱하는 수많은 신념들의 절대다수는 누군가를 미워하며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지켜봐 준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된 이유로 그 미움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인 듯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다 못해 끝내 해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날붙이를 감추고는 어느 순간이 되면 마침내 누군가의 가슴에 꽂을 생각으로요. 그건 실로 무서운 동기부여입니다. 그러한 부류의 마음은 쉽사리 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미움을 품은 채 사는 사람들은 미움이 내 마음을 썩게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마저 감수한 채로 살아갑니다.  


어느 날 너무나도 시커멓게 돼버린 내 마음을 보았습니다. 어찌나 이런 내 마음을 잘 감췄는지 미워하는 그 사람은 오히려 내가 그를 사랑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통탄할 노릇입니다. 


 미움은 어디에도 갈 수 없구요. 주걱으로 퍼낼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내 마음속에서만 커져 나갑니다. 


이미 미움으로 기둥을 세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둥들로 만들어진 것이 나입니다. 

 잘 될지 모르겠지만 덧칠로라도 미움을 지워 보려고 합니다. 기와집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울 순 없으니까요 


 쉽지 않겠지만요. 살아가는 동안 미워하기를 그만해보려고 합니다. 


더이상 내가 날 아프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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