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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 Oct 12. 2023

We're ironman.

 I'm iron man.

장장 11년에 걸친 마블 인피니티 사가 속 수많은 서사들을 정리하는 한 대사입니다.

  영화 속 인물이 커다란 인기를 얻는 데에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가 있습니다.

인간을 초월한 낯섬으로 관객을 매료하던가, 혹은 보통의 우리들과 너무나도 닮았던가.


 아이언맨 그리고 토니스타크는 막대한 자금을 가진 자본가로서 보통의 우리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초월자로 인식하게끔 얇은 껍질을 씌워놓았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다면 아이언맨은 기나긴 서사 중 가장 보통의 우리들을 투영한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흥행 성적, 메카닉적인 요소, 토니 그 자체가 되어버린 로다주의 연기력 등 여럿 이유를 덧붙이고도 지금까지 열렬한 사랑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언맨은 개인의 시련, 고통의 극복 방식을 슈트로 형상화 했습니다.

그에게 어떠한 고난도 없었다면 그의 마지막은 아무런 걱정없이 전세계의 부를 쓸어담는 자본가 토니스타크였지, 고철의 아이언맨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어떠한 고난과 고통에도 삶을 긍정하며 유희하며 살아가는자 . 이는 초인이다. 


아시다시피 독일의 철학가 니체가 한 말입니다. 초인이란 이름의 뜻만큼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상 우린 고통 앞에서 일그러지고 절망한 채 무너지기 부지기수입니다. 우리들은 고통과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묵묵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건 말 그대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희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죠. 철학자가 말하는 초인은 아닙니다. 

 토니 스타크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납치를 당하고, 침공을 당하면서 다가온 절망과 지나온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또 다른 존재. 고철덩어리 MK.1을 만들어 냈습니다. 너무나도 개발에 몰두한 나머지 잘못된 결과로 범지구적 재앙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심지어 자신을 방어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사랑하는 사람마저 다치게 할 뻔하죠. 연이은 외부의 압력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매달려 강박적으로 슈트들을 만들어 나갑니다. 극 중  그가 슈트들을 개발하는 시간은 서사가 진행될수록 점차 비중이 줄어들지만 매번 달라지는 그의 슈트 번호들과 기술들로 그가 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며 세상을 위한 방어막을 두텁게 쌓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도 지나오며 받은 상처, 시련들로 자신만의 가면을 쓰고, 요령을 만들고, 과오를 뉘우치며 쌓여온 과거로 심지어 머나먼 미래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행여 일어날지 모르는 일들마저 대비해 더욱 두텁게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순리라지만 어느 날 돌아보면 투명했던 지난 날 내 모습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무엇이 우리를 변하게 만들었을까?

답하지 못할 의문들을 품곤 합니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돌아보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이따금 두텁게 쌓인 슈트 때문에 내 옆을 지켜주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뒤늦게나마 갑갑한 수트들을 몇 겹 벗어던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다시 또 다른 수트를 만들겁니다.


 견뎌왔던 고통과 역사가 쌓여가는 만큼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 두텁고 더 강하고 더욱 위협적으로, 숨막힐 듯 딱딱해졌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되려 온몸에 위협적인 무기를 두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아이언맨입니다. 

  토니스타크는 생의 마지막까지 85번째의 갑옷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들의 마크 넘버는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가능하다면 머나먼 미래를 생각하며 사지에 무기를 두르기보단 적당히 오늘만의 무기를 만들며 나의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겐 허술한 빈틈을 보여줄 수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자신을 옥죄이는 딱딱한 슈트보다는 탄탄한 수트들로 세상에 풍파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수트들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초인처럼 고통을 유희하지 못하고, 긍정하지 못할겁니다.

하지만 이겨낼 거에요. 우리는 아이언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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