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에 일어난다.
기상 후에는 전해질이 부족하면 힘들다나 뭐라나, 소금 두 꼬집, 꿀 두 숟가락을 넣은 물 한 컵을 벌컥벌컥 삼켜버린다. 주방에서 거실로 돌아오는 길. 하루가 시작되었으니 복층에 매달려 있는 선물 받은 종을 댕댕 세 번 치고는 창문을 활짝 연다. 공기가 부쩍 차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밤새 구부러져있던 몸들을 이리저리 30분을 풀고 1시간 반 운동을 다녀온다.
여전히 아침이다. 집에 돌아와 오늘 먹을 채소나 식사들을 다듬는다. 식사 때마다 해도 되지만 토마토 꼭지를 딴다거나, 버섯을 다듬거나, 닭가슴살을 굽는 행위는 다시 한번 오늘 하루를 더듬어볼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아무런 매체 없이 식사를 마치고는 50장의 책을 읽는다. 좋았던 부분, 의문인 부분에 얇은 붙임 마킹을 한다. 아침은 끝났다.
되도록 아침은 강박적일 만큼 계획적인 것이 이롭다. 연쇄작용처럼 아침을 잘 보내야 더 나은 오후를 맞이할 수 있다거나, 뇌신경 과학자들이 읊어대는 그럴듯한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보다도 단순히 대다수의 인간들이 주도적으로 계획 및 실행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뿐이다.
오전의 짧은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대한 사회 속으로 들어간 개인의 계획은 상상처럼 차곡히 쌓일 확률은 극히 드물다. 점심엔 기대치 않은 수정이 들어와 식사를 제때 못 챙겨 먹을 수도,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할 수도 있다. 예측하지 못한 저녁 약속으로 내일을 기약할 충전의 시간조차도 뺏겨버릴지도 모른다.
한 객체로서 우린 삶 속에 많은 것들을 제어하고 있다 착각한다. 하지만 실로 우리가 계획하며 실행에 옮겨 이루어낼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도, 또한 자주 주어지지도 않는다.
내 마음대로 쥐고 펼 수 있는 짧은 시간에는 지독히 주체적으로 살되, 제어할 수 없는 시간엔 닥쳐진 상황에 맞춰 해치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