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허무한 것이 가장 자유롭다. 한 스님이 나에게 종종 해주신 말씀입니다.
종종 탄생은 축복이라 말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살아있는 이 세상이 지옥이라 말합니다. 심지어는 지금의 삶은 죽음 이후를 위한 심판대라고 합니다. 삶에 이토록 커다란 의미를 두지만, 당최 의미란 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생과 사엔 이유가 없습니다. 위대한 영웅도, 시대의 악인도, 오늘의 나도 기껏 해봐야 죽음뿐입니다. 우리는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대부분 잊힐 겁니다. 설령 다른 이들의 기억에 남는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신들의 미움을 받아 그저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나 우리는 다를 바 없습니다. 죽음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겠다는 것은 가장 커다란 반항입니다. 해야 할 일, 이뤄야 할 사명 같은 건 없습니다.
단지 저마다의 선택들 뿐입니다. 자신만의 지독한 삶을 살아내는 것. 우리의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고, 쉽사리 잊힐 겁니다. 그래서 자유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