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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pr 09. 2024

무엇을 남길 것인가.

 

노력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 톨스토이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를 말할 때 아마도 톨스토이는 넉넉히 잡아도 다섯 손가락 안에서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의 삶 역시 전인적 인간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귀족으로 태어나 거대한 농지를 소유했으면서도 나중에는 농노들을 해방시키고 전재산을 기부하디시피 했다. 그러나 위인의 삶에는 그림자 또한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가운데 위대한 작품이 태어났을 것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과 불륜의 경계, 인간 욕망의 근원을 파고드는 작품으로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작품이다. <전쟁과 평화>는 유럽 열강과의 전쟁에 참전했던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대작이다. 


톨스토이는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딛고 성인의 경지로 자신의 삶을 끌어올렸다는 면에서 <명상록>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비견된다.  톨스토이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그의 부인 소피아다. 10대에  결혼해 16명의 아이를 낳았고 세 명이 사산되어 13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삶은 남편과 아이 외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톨스토이를 존경하며 결혼하게 된 배경도 흥미롭다. 톨스토이가 젊은 시절 육체적 탐닉과 혹독한 방황을 낱낱이 기록한 솔직한 내용의 일기를 소녀에게 송두리째 넘기며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소피아는 말년에 악처가 되어 톨스토이의 삶을 물어뜯어 도망치다시피 집을 나와 간이역에서 객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원인 제공은 톨스토이에게도 없지 않았다. 13명의 자녀와 자신이 안락하게 살아갈 유산의 대부분을 포기할 처지에서 가만히 있을 여인도 드물었을 것이다.       


말년에 러시아 귀족사회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기득권을 완전히 포기해 농노를 해방시켰고, 생존 시 이미 대단한 작가였지만, 그 저작권 또한 가족에게 넘기지 않았다. 정작 톨스토이 자신은 가정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며 평온하게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정사 또한 톨스토이의 장례를 주관한 러시아 민중들이 장례식에 부인의 참석을 막아선 이유가 되었다. 소피아로선 통탄할 일이었다. 


"책을 쓰던지 책으로 남길 가치가 있는 삶을 살라"는 말이 언젠가 청춘의 홍역을 않았던 질풍노도의 시간에 작은 내 의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적이 있었다. 

 

기록해서 티끌 한 점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지 않은 삶은 쉽지 않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삶 또한 그랬을지 모르지만 자잘한 욕망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거대한 가치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복무시킴으로써 위인으로 태어났을 것이다. 


지독한 젊음의 방황을 딛고 대문호가 된 점에서 톨스토이에 비견되는 이를 독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책이 대박이 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 때였다. 고향 프랑크푸르트르에서 바이마르 공국의 초빙 인재로 부름을 받았을 때가 26세였다. 10여 년 간의 왕의 참모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일했다.


문득 이국을 여행하며 다른 도전에 나섰을 때는 마흔 무렵이었으니 지금의 인생주기로 치면 은퇴를 생각할 나이다. 그가 이탈리아 로마로 간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작가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괴테는 그 후로도 삶과 사랑, 인생을 풍부히 즐기는 방법의 하나로 펜과 와인 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렇지만 언제나 시간을 꽉 붙들고 무언가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려고 했기에 죽음도 그의 의지를 쉽게 꺾을 수 없어서 당시로서는 대단한 나이인 여든셋까지 장수했다. 


괴테는 독일문화의 자산에서 나아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남은 <파우스트>를 죽기 1년 전에 완성하고 눈을 감았다. 작가로 정치가로 원 없이 살았다. 바이런의 외모와 포도주를 즐기는 낭만, 사랑은 원 없이 했을 듯하지만 형식상 독신이었기에 후손은 없었다. 대신 자식 같은 책은 세계인들의 애독서로 오래도록 대문호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길을 잃기 마련이다.

    - 괴테, <파우스트> 중에서


두 거인의 삶을 다시 들여다본 새벽, 오늘도 봄꽃은 덧없이 질 것이다. 무엇을 남길 것인지 방황하고 노력하는 우리 삶은 하루치의 분량을 더할 것이고.


Tchaikovsky - Piano Concerto No.1 키신과 카라얀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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