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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pr 25. 2024

별의 반짝임과 몰락에서

OTT로 가끔 옛날 영화를 보며 추억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내 정신의 키를 자라게 한 영화의 대사들은 다시 음미하는 맛이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의 메시지는 '현재를 즐겨라'는 라틴어로 흔히 번역하지만 영화에서 제대로 된 의미, 즉 '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으로 재발견하게 된다. 청춘의 빛나는 시간을 꽉 붙들고 갈 힘을 주었던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2014년 작고했다. 그와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와의 우정에서 '카르페 디엠'을 찾고 스타들의 반짝임과 쇠락에서 빛나는 가치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먼저 신세를 진 친구는 로빈이었다. 희극 배우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부와 명성을 거머쥐었을 때 1970~80년대 할리우드를 강타했던 검은 유혹, 마약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어둠의 터널에서 친구의 손을 잡고 구해준 것은 슈퍼맨이었다. 그런 크리스토퍼가 1995년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다. 웃음을 잃었던 키팅 선생이 다시 친구의 재활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든 친구의 재활을 돕고 슈퍼맨이 다시 장애인의 희망이 되도록 용기를 주었다. 끝내 10년 먼저 2004년에 하늘이 슈퍼맨을 데려갔을 때 남겨진 아들을 친자식처럼 돌본 것도 로빈 윌리엄스였다.


현재를 붙들었고 성공을 손에 잡았지만 서로를 이어준 우정이 없었더라면 이들의 삶은 비극에서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최근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그들은 성공을 부르짖지 않지만 결국 이기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려고 앞장서느라 바쁘지만, 그들은 오히려 뒷자리에 머무는 것을 택한다. 남들이 자신의 공을 알아차리지 못해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그걸 더 편하게 느낀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높여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에는 이런 바람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깊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 타인보다 월등하게 높은 곳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땅에 발을 딛고 서서 남들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바람 말이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지음, 이미옥 옮김, p.49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의 겸손과 눈빛, 언어는 알아볼 수 있다." 영혼의 빈곤을 외부의 장식으로 치장하지 말고 본질에 충실하라는 키팅 선생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이탈리아 이웃에게 오디오의 볼륨을 줄이라는 항의를 받았을 때 제가 수미조이고 앞으로 주의해서 연습하겠다고 했던 일화가 있다고 한다. 세계적 소프라노의 라이브 공연도 노인의 낮잠에 방해가 될 때가 있었다는 에피소드다. 무대에서 화려한 음색을 자랑하는 소프라노는 보통 신곡은 천 번 정도의 연습을 통해 세상에 선 보인다고 한다.


단단한 스타들은 언제나 겸손이라는 밑천으로 쉼 없는 연습에 자신을 내모는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현기증이 날 것 같은 성공과 몰락의 스토리는 오늘 신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파리와 정치가의 공통점은 신문에 맞아 죽는다는 영국식 유머가 있다. 정치가만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꽃 '스타'라는 직업도 여기에 추가해야 하겠다. 대중의 사랑은 언제든 무서운 칼로 돌변할 수 있기에.


스타들의 삶에서 별의 반짝임과 몰락을 며 키팅의 가르침을 새길 때 작은 오만의 씨앗도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대신 그 사람의 화분에는 히든 챔피언의 저력이 길러질 것이고 겸손과 연습이라는 일상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Sumi Jo |조수미| - Vocalise |보칼리제|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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