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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pr 16. 2024

디지털 디톡스

입장하자마자 스마트폰을 뺏고 책 읽기를 권장하는 카페가 인기를 끌고 문방구의 필기구와 노트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디지털 세상, OTT 영상물...... 지천으로 즐길 거리가 넘치는 시대에 심심하기 그지없는 반려돌을 친구로 삼은 청년들도 있다고 한다. 반려견도 반려묘도 아니고 말없는 돌덩어리를 반려로 삼다니...... 조그마한 반려돌을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혼잣말처럼 대화도 하고 정서적인 위로를 얻는다는 사람도 있다. 극한의 재미보다 지극히 아날로그식 덤덤함의 매력에 끌린 취향이 아닐까.  


할머니 시대엔 연애는커녕 얼굴도 모르고 시집와서 평생을 잘 살았다는 신세대가 믿지 못할 얘기, 어머니 시대엔 어느 청년의 손 편지 한 통을 가슴 졸이며 기다린 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옛 풍경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연애의 설렘이나 관계의 긴장감은 완전히 다르다.


말하지 못하는 은근한 정서, 설렘과 떨림이 드문 세상, 실시간 소통하며 맨 얼굴로 부딪히며 사는 피로감, 아날로그의 향수를 찾는 마음은 그 반작용일 것이다. 정답을 즉각 알지 못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것, 말로 단박에 표현 못할 정서들을 교감하는 일은 예술의 영역으로 무궁무진한 영토가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 지친 마음들은 언제나 해독이 필요하다. 공연장과 갤러리를 찾는 마음, 책 한 권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것도 화려한 영상과 디지털 세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마도 종이책 읽기는 가장  값싸고 좋은 디지털 해독제가 아닐까.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이 넘쳐나도 종이책의 물성을 찾고 페이지씩 넘기는 행복놓치지 않으려는 애서가의 마음은 쉬이 디지털의 파도에 쓸려가지 않을 듯하다.  


커피 한 잔과 결에 두고 싶은 책 한 권, 그 한가함을 마음껏 즐길 자유가 있다면 이보다 좋은 친구도 드믈 것이다. 거기에 베토벤의 유산까지 더하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듯하다.      

 

로얄필하모닉   베토벤 로망스 제2번 Op 50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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