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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림 Apr 20. 2024

바빠서 책을 못 읽는다면.

독서의 적은 인생 그 자체다. 삶은 질투와 경쟁으로 뒤흔들리고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 에밀 파게(프랑스 비평가)


바쁜데 한가하게 책 붙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 책 따위에 당신의 귀한 시간을 바칠 필요는 없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다. 그 바쁘다는 이는 사회적 지위나 학력, 재력의 정도가 그런 엄살을 부릴 형편은 아닌 듯 보였다. 


책을 보지는 않더라도 명상이나 삶의 목적을 찾는 작은 시간이 없다면 맹목적으로 사는 기계가 될지 모른다. 

e북은 물론 오디오북도 있고 다양한 형식으로 책은 유통되고 있다. 이젠 이동 중에도 들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목적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사악한 목적이라도 있는 것이 더 낫다.

   - 토마스 칼라일


사악한 목적은 물론 나쁜 것이기에 칼라일 특유의 역설적인 화법을 따른다면 목적 없는 항해가 얼마나 맹목적인지를 경계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돈벌이나 쾌락의 크기를 따질 때 책이 주는 기쁨은 언제나 후순위가 되기에 독서는 그저 언젠가 시간을 펑펑 쓸 수 있을 때로 미뤄 둘 것이 아니다. 지성과 교양의 빈곤은 인격과 품위, 영혼에 빈혈을 가져올 수도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동서와 고금을 넘나드는 지혜의 샘이 마르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얘기나 연예인의 사생활, 그것도 모자라 주변인에 대한 험담까지 잡다한 이슈를 사정없이 뱉어내지만 알맹이 없는 대화가 허무한 경우가 허다하다. 


지성과 지혜는 반복되는 일상의 쳇바퀴를 굴린다고 거저 샘처럼 솟아오르지 않는다. 새로운 지식의 샘을 책에서 길어내면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가 상대에게 좋은 친구가 되면 상대방 또한 좋은 사람들로 주변이 채워질 것이다. 책과 잘 사귀는 사람에게 그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너무 바쁜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는데 쓸 시간이 없다는 말이 있다. 바쁨의 목적을 돌아보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예술을 생각하는 시간은 결코 인생의 낭비가 아닐 것이다. 


토론 없는 결정은 결정 없는 토론보다 나쁘다는 말도 있다. 정부 정책의 문제만도 아니다. 성찰과 반성, 독서로 방향을 찾는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실크로드를 지나더라도 무덤으로 가는 길은 쓸쓸할 것이다. 


화창한 봄날은 운동을 하거나 외출하기 좋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책에 집중하기 더 좋은 날이다. 나쁜 날씨는 없다. 나쁜 계획은 있을지라도.


나는 행복을 찾아 모든 곳을 헤맸지만, 결국 어느 한구석에서 책을 읽다 행복을 발견했다.

  - 토마스 아 켐피스


P. Mascagni - "Cavalleria Rusticana". Regina Coeli. Ainhoa Arteta - Orquesta y Coro Gaos (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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