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계획의 노예 상테에서 탈출했을 때 인생은 풍요로워진다. 단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느 정도 가지런히 정리되고 또 다른 도전과 거대한 숙제에 다시 몸과 마음을 맡길까 하다 오늘은 접었다.
이 맑은 날씨를 무작정 즐기기로 했다. 친구를 찾고 코스를 정하는 것도 일거리가 되고 의견을 맞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무작정 길을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시내 지도를 펼치고 눈을 감고 점을 찍어서 그곳으로 가거나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려서 가기로 마음먹는 것도 룰렛 게임 같은 자신만의 재미일 수 있다. 선글라스에 선크림이면 다른 건 필요 없다. 곳곳에 편의점이 있기에.
자연이 주는 가장 큰 혜택의 하나인 맑은 날씨와 좋은 공기는 빈부와 귀천을 떠나누구나 맨몸으로도 누릴 수 있기에 평등한 자원이다.
보들레르는 "무리를 짓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새가 공기를 필요로 하고 물고기가 물을 필요로 하는 것과 같이 본질적인 욕구"라고 했다. 용기 있는 사람은 조직이나 무리가 주는 둥지의 편안함을 박차고 집단의 웅성거림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무수한 산악회와 검프 모임들이 무리 지어 달리고 걸을 때 그 모습 들을 그저 무심히 지켜보며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공기와 햇살에 피부를 내어주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은 계획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이킹은 발걸음을 척도로 삼고 자연을 시계로 삼아 태양빛을 따라서 인간의 차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