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에서 2025 대입 수능을 치른 한 학생이 "공부 말고 다른 걸로 효도할래요"라고 말하고 밝게 웃으며 엄마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요즘 학생들은 인생의 전부가 걸린 양 시험을 잘 못 쳤다고 울부짖지 않는다. 대학이 중요한 인생의 변곡점이 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하워드 가드더는 "다중지능이론"에서 인간의 능력치를 지능지수나 학습능력 하나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잠재된 능력을 꺼내서 다른 방향으로 가면 모두가 1등이 가능하다. 청년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모른 채 인생을 낭비하는 듯한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 겸손하라는 말의 대명사가 된 "너 자신을 알라"는 테스형의 말은 다른 면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모르고 절망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공근식 박사는 고교 중퇴의 학력으로 충청도 농촌에서 수박 농사를 짓다가 야학에서 젊은 대학생들을 만나 공부에 눈을 뒤늦게 떴다. 이후 41세에 유학을 가서 우주공학 강국인 러시아의 명문대학에서 항공공학으로 56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박사가 공부해 온 과정을 보면 좋아하는 일에 몰입했을 때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어딘지 정확히 모르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작은 어항에 가두고 코이 잉어로 자라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수능에 83세로 최고령 응시자가 된 임태수 할머니의 경우도 있다. 임할머니는 어릴 때 못다 했던 공부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중고등학교들 뒤늦게 마치고 응시했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