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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쌤 Jan 24. 2023

브런치에 5수하며 알게 된 것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친구. 나와 에세이는 아직 그런 느낌이다. 에세이스트는 아니지만 작가가 되고 싶었고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브런치 등단은 통과의례 같았다. 브런치는 정보성 글보다 작가만의 관점이 깃든 에세이를 좋아한다고 하니 에세이 쓰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인연을 맺게 된 글로성장연구소에서 브런치 작가 되기를 목표에 두고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워낙 단순한 생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기에 내겐 스토리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런치 등단을 위한 첫 번째 주제는 늘 똑같이 내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루틴, 독서 생활로 정했다.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 내용을 몸으로 실천해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낸 사례를 연재하겠다고 작가의 포부를 밝혔다.


  '아내가 나보고 변했단다'는 독서로 내 삶을 바꿔보겠다고 선포한 후 처음으로 아내로부터 긍정의 피드백을 받은 에피소드를 담은 글이었다. 청소를 너무 싫어해 아내에게 몇 번이고 부탁을 받고서야 겨우 몸을 움직이던 나였는데, 청소를 시작하고 인생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내용의『청소력』을 읽고 나는 스스로 아침 일찍 청소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책을 읽고 눈에 띄게 바뀐 내 첫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누구나 쓸 수 있는 평범한 소재에 글의 분량과 표현력, 나의 고유한 통찰 모두 부족한 글이었다. 



  두 번째는 평범함과는 아주 거리가 먼 특별한(?) 체험을 소재로 삼았다. 도박에서 빠져나와 다시 일상의 평온함으로 돌아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단도박 모임 활동기를 썼다. 수년 전,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비트코인 도박으로 인생의 맨 밑바닥을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찾은 단도박 모임. 매주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성찰과 토론 그리고  도박 중독자들의 고군분투하는 삶의 이야기에 대해 연재하려고 했다. 

  그 모임에서 들은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로 점점 커지고 있는 불법 스포츠토토, 인터넷 도박 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의도였다.

  도박이란 단어가 비상식적이기에 브런치가 놀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박으로 망가진 과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대화 안에는 사채, 중독, 거짓말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불가피하게 많이 등장한다. 추측이지만 나는 떨어진 이유를 도박이란 단어의 불건전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글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앞으로 도박문제를 연재하겠다고 했으니 브런치 작가 심사팀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세 번째는 큰아이와 9살 터울로 태어난 막둥이의 댄스 열정에 대해 썼다. 육아를 못해 첫째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둘째 아이와는 온몸으로 놀아주는 좋은 아빠가 되고자 노력하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글 스타일이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짧은 내 키에 어울리지 않는 롱코트를 입고 춤을 춰보겠다는 어색한 느낌이랄까. 아이가 트와이스 누나들 춤 따라 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지듯 글로 풀어내야 하는 묘사는 내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얻은 게 있다면 이 글을 써 본 이후론 다른 작가들의 묘사가 눈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섯 번째까지 왔다.

  직장생활 19년 차 만년과장인 내가 선후배, 세대 간 가교역할을 하는 '윤과장의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주제로 잡았다. X세대와 MZ세대의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각자의 장점을 살려 회사 생활을 지혜롭게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되어 빠른 회사업무 적응력을 보이는 MZ후배 사원들. 그들에 비해 오랜 직장생활로 다져진 다양한 인간관계와 고객 경험이 많은 X세대. 이 두 세대가 조화를 잘 이루면 회사생활이 재밌고 즐거울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은 나의 브런치 작가 도전기에 종지부를 찍게 해 주었다.




  5번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는 동안 단순하고 따분하다고만 여겼던 내 일상에 꽤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글 쓰는 데 사소한 것이든 거창한 것이든 어떤 것도 버릴 것이 없다는 것도,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거기에 반응하는 내 생각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만큼 더 많은 걸 볼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글이 안 써질 때는 다른 작가들이 어떤 소재로 글을 쓰는지, 문장은 어떤 식으로 이어가는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관찰했다. 처음에는 문장을 이어가는 기술만 보려 했지만 글을 읽는 동안 그들의 과거·현재·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유명한 에세이 작가의 책도 한두 권씩 읽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독서의 폭이 넓어지면서 다채로운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경험하는 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처럼 생생하게 느껴진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 지낸 시간이 꽤 길었는데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며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어 행복하다.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최리나작가 #김필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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