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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쌤 Feb 19. 2023

나다운 글을 쓰고 싶다

  핑계가 많았다. 허리와 목 디스크 증상 때문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회사일이 바빠 사색할 틈이 부족하다는 이유와 한 편을 써도 잘 쓰겠다는 욕심이 컴퓨터 앞에 앉는 걸 미루게 만들었다. 이번 주도 쓰는 걸  미루면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했던 몇 달 전 나의 초심에 먹칠 하는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가. 그런데 쓰지 않고 작가가 되려고?




  토요일 오후. 글을 지금보다 많이 써야 하는 동기를 얻었다. 글로성장연구소에서 주최한 글쓰기 강의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시간 덕분이었다. 별별챌린지 글쓰기를 매개로 글을 꾸준히 쓰기로 다짐한 사람들이 모였다. 공통의 관심사로 모였기에 부담감이 없었고 그냥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단톡방과 카페에서 글로만 모습을 상상했던 세 글자 이름을 명찰에서 보는 순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운 감정이 솟구쳤다. 내가 너무 오버해서 상대 이름을 부르는 줄 알면서도 이름을 불러댔다.


  "○○님이시군요! 글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직접 뵈니 너무 반가워요"


  준비하지도 않은 멘트가 입 밖으로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흥분이었다. 3시간 내내 지루할 시간이 없었다. 강의와 퀴즈시간, 쉬는 시간에 짧은 담소 나누기. 이런 기회가 다시없을 것처럼, 모인 사람들이 말하고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기억에 담고 싶었다.




  최리나, 김필영 두 작가의 강의 중에 '내가 글을 쓰는 이유'와 '나다운 글'이란 키워드가 기억에 남는다.


  "여러분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리나 작가의 질문에 속으로 난 이렇게 생각했다. 도박으로 생긴 많은 빚을 갚겠다는 이유, 앞으로 평생 내가 할 수 있는 일, 어쩌면 잘할 수 있을 일이란 생각이 들어 지금껏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3년 전 도박으로 가정에 한바탕 폭탄을 터트린 후 정신적, 경제적으로 바닥을 경험하고 나와 다짐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내에게 내 잘못을 모두 오픈하고 더 이상 과오는 없다고 고백했던 날, 나는 속으로 울부짖었었다.


  '중독에서 빨리 회복하고 우리 가족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낼 거다. 나 자신에게 위로가 되고 비슷한 고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줄 거다.'


  나 자신에 대한 분노와 연민이 교차했던, 다시 일어서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 나는 느슨해지고 있었다. 어느새 현재 그대로의 모습에 적응하고 있다. 글 쓰는 일도 이런저런 이유로 2순위, 3순위로 밀리고 있다.


  강의를 듣는 동안 생각했다. 글 쓰는 동기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돈을 벌겠다고 글을 쓴들 금방 돈이 벌릴리 만무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오히려 글 쓰는 습관에 방해만 되어 온 것 같다. 노력은 안 하고 잘 쓰려고 했다. 스스로 만든 욕심과 부담으로 머리는 둔해지고 손은 무거워지고 있었다.



  김필영, 최리나 작가의 사례를 들으며 나답게 글을 써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선,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작가는 자신만의 명확한 이유로 글을 써왔고 자기 다운 글, 자기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나답게 쓰는 글'이 목적이 되는 것이 맞다.


  일상에서 내게 작던 크던 의미를 주는 사건. 거기에 대한 내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면 나다운 글일 테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거기에 더해 내 삶의 가치관이 분명하게 보이면 더 돋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포장하지 않고 내가 겪은 일상, 생각을 과감히 펼쳐내는 글이 나답게 쓰는 글일 거다. 현재로선 매주 단도박 모임에 나가서 보고 들은 일들, 거기에서 내가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쏟아내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도박중독에서 벗어났고 정서적으로 회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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