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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Dec 15. 2021

모자를 쓴 여인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캔버스에 유채, 81.3×60.3cm, 1905년

화면 전체에 퍼져있는 색채들은 어떤 특정 대상의 재현 맥락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체로 화면에 안착한다. 물론 여기에서 색이라는 대상 자체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각각의 색들은 주변의 색들과 만나 충돌하고 순응하면서 또 다른 색들을 만들어 낸다. 점묘법이 색채대비의 법칙 자체에 주목하여 무수한 방점으로 대상을 채워나갔다면, 마티스의 색채들은 대상을 채워나간다는 사실에서 벗어나면서 주변과 만나고 새롭게 정의되고 다시 벗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며 액체처럼 화면에 스며든다. 오른쪽 얼굴과 배경에 주목해서 보면 녹황색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며 완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배경뿐만 아니라 왜곡된 인물 형태, 형태를 알 수 없는 무늬를 가진 소품 등 <모자를 쓴 여인>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무엇하나 뚜렷하게 규정할 수 없다. 작품을 보고 있는 지금도 계속해서 <모자를 쓴 여인>의 색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중이다. 제목은 ‘모자를 쓴 여인’을 보라고 말하지만, 정작 작품은 모자를 쓴 여인을 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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