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크레이그 질레스피, 2021)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악과 악의 대결이다. 크루엘라(엠마 스톤)와 남작 부인(엠마 톰슨)은 닮아 있다. 그래서 <크루엘라>는 이들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차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닮아 있는 모습이 선과 악의 서사로 에피소드화 된다는 것이다. 에스텔라와 크루엘라의 차이가 단순히 가발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의 묘한 줄타기에 있다. 크루엘라의 통쾌함과 남작 부인의 패배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은 두 사람의 대결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크루엘라의 줄타기를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제스퍼(조엘 프라이)와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 그리고 아티(존 맥크레이)를 남작 부인과의 대결이 아닌 크루엘라의 복잡한 캐릭터 구축에 적극 활용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남작 부인에 맞서는 거침없는 크루엘라의 행동, 패션, 쇼는 매혹적이다.
(202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