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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Jan 05. 2022

풍자의 기술

<돈 룩 업>(아담 맥케이, 2021)


영화는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우연한 발견으로 시작한다. 6개월 후 지구와 혜성이 충돌한다는 이 발견에서 <돈 룩 업>은 6개월에 주목한다. 지구는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기에, 믿을 수 없기에 지구와 혜성의 충돌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로 채워진다. 누군가에게는 긴박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의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하다. 케이트와 민디는 인류멸망을 진지하고 소리 높여 말하지만, 대통령(메릴 스티립)과 비서실장(조나 힐)은 중간 선거가, TV 프로그램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와 잭(자일러 페리)은 시청률이 중요하다. 이 반응의 간극에서 풍자가 발생한다. 확인되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자생적으로 새로운 ‘사실’들을 만들며 사람들을 흔들어 놓는다. 이를 정치적,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생겨나면서 지구는 대혼란에 빠진다.      


사실, 서사의 진행 방향은 시작과 함께 예상된다. 그렇다면 <돈 룩 업>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풍자의 기술이다. 풍자가 폐부를 찌르지 못한다면 웃음만 남게 된다. 단순한 선악의 구도는 통쾌함을 줄 수 있지만, 씁쓸함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배경처럼 지나가 버린 정보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존재는 아쉽다.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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