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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ture film Jan 04. 2022

불규칙한 파열의 흔적

<최선의 삶>(이우정, 2021)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은 함께 있지만, 혼자이다. 18살 고등학생인 이들에게 ‘최선의 삶’은 같지 않다. 같은 것이 있다면 여기를 떠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소영의 “나 집 나갈 거다. 같이 나갈 사람”이라는 문자에 이들은 함께 떠난다. 길고양이처럼 거리를 부유하던 이들이 새로운 정착지를 찾았지만, 그곳은 여전하다. 모델이 되고 싶었던 소영은 모델 시험에 떨어지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려 했던 아람은 폭력에 노출된다. 강이는 아람과 소영을 최선을 다해 어루만진다.    

  

<최선의 삶>은 이 연약한 연대를 긍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갈기갈기 찢어 불규칙한 파열의 흔적을 목격하도록 한다. 불규칙하기에 원인도 상처의 깊이도 모른다. 그렇다고 <최선의 삶>은 찢어짐의 충격을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고통과 비명에서 파생할 수 있는 감정적 폭발은 최대한 배제한다. 폭발의 충격이 내재하는 오인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최선의 삶>의 카메라가 바라보는 지점은 이 모든 것들을 걷어내고 남는 너덜너덜함이다. 정확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쓰라린 그 지점에 카메라가 있다.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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