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ture film Dec 26. 2021

<소매치기>(로베르 브레송, 1959)

[영화적 순간 005]

[영화적 순간 004]

<소매치기>(로베르 브레송, 1959)

사건의 상황을 설명하는 서사에 종속된 이미지/영상이 아닌, 이미지/영상이 스스로 발화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한다. 카메라는 미셀(마틴 라살레)를 천천히 따라간다. 일군의 무리가 후경을 가로막으며 장벽을 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공간은 사운드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미셀의 걸음이 어느 여인의 뒤에서 멈췄을 때에도 카메라는 다가간다. 마치 장벽을 뚫고 가려진 후경으로 나아갈 듯한 기세를 보인다. 이때 여인이 뒤돌아본다. 카메라는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쇼트를 전환한다. 이어지는 쇼트는 여인의 정면과 바로 뒤에 있는 미셀이다. 그리고 오른쪽에 한 남자가 쌍안경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이 쇼트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어딘가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에두아르 마네의 <발코니>(1868~1869)를 연상시키는 이 화면은 약 20초 동안 지속된다. 이때 마셀의 시선은 그의 관심이 화면 넘어 공간이 아닌 화면 아래에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첫 번째 쇼트에서 가려진 후경의 공간, 사운드로 묘사된 그 후경의 공간은 이 장면의 관심이 아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쇼트에서 여인의 가방과 미셀의 손이 보인다. 후경의 사운드는 여전하다. 네 번째 쇼트는 두 번째 쇼트의 반복이다. 세 명의 인물은 정면을 보고 있다. 네 번째 쇼트가 두 번째 쇼트와 다른 점은 미셀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미셀은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며 그의 손만 여인의 가방으로 향한다. 다섯 번째 쇼트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가방이 열리고, 이에 반응하는 미셀이 여섯 번째 쇼트를 차지한다. 이 쇼트는 다시 두 번째, 네 번째 쇼트의 반복이다. 20초 동안 진행되는 여섯 번째 쇼트 동안 미셀은 두 번 아래를 바라본다. 이제 관객은 세 인물이 보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관객의 관심은 미셀의 손에 가 있다. 일곱 번째 쇼트에서 여인의 가방 안으로 미셀의 손이 들어간다. 두 번째, 네 번째, 여섯 번째 쇼트의 반복인 여덟 번째 쇼트가 이어진다. 말의 빠른 움직임 사운드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했듯이 관객의 관심은 이제 그들이 바라보는 장면이 아니다. 따라서 말의 빠른 움직임이 만들어 놓은 긴장감은 미셀의 소매치기의 긴장감을 위한 음향으로 인식된다. 아홉 번째 쇼트에서 미셀은 소매치기에 성공한다. 그리고 경마도 끝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춘향뎐>(임권택, 199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